“감정평가 맡길 테니 …” 관행적 뇌물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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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신도시 개발 실시계획이 승인된 2006년 12월. 당시 토지공사 인천지역 사업본부장이던 황모(55)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감정평가사 남모(43)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종지구 개발 토지보상을 위한 감평사로 선정해 줄 테니 적당한 감평사를 물색해 보라”는 내용이었다. 이미 주민 측 감평사로 참여한 남씨는 다른 감정평가 법인의 박모(48)·심모(43)씨를 추천했다. 이들은 쉽게 감정평가 용역을 수주했다. 용역 선정 절차를 거쳤지만 형식적이었다.

두 사람은 용역을 딴 대가로 2000만원씩을 남씨에게 건넸다. 남씨는 이 돈을 쇼핑백에 넣어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황씨에게 전달했다. 이런 식으로 황씨는 20명의 감평사에게서 2억403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전 토지공사 1급 간부였던 황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토지공사 신모(59) 전 처장과 인천도시개발공사 김모(60) 전 본부장, 박모(46) 팀장, 주택공사 이모(52) 처장과 이모(53) 부장, 허모(58) 부장 등 7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영종지구와 김포 양촌지구 등 신도시 토지보상 때 감정평가 발주 대가로 감평사 24명에게 각각 100만~3500만원의 금품과 골프접대를 받았다. 감평사들은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감평사들은 이들 공사가 개발하는 택지의 감정평가 수주를 따내기 위해 지역본부장·사업단장에게 접근했다. 지역본부장과 사업단장이 감평사 선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로비엔 공사 출신 감평사들이 적극 활용됐다. 감정평가 수수료의 15~20%가 관행적으로 뇌물로 건네졌다.

감평사들이 속한 감정평가 법인은 출장비를 과대 책정하거나 특별성과급을 지급한 것처럼 회계를 조작해 뇌물 자금을 조성했다. 자금 추적을 피하기 위해 뇌물은 전액 현금으로 전달됐다.

감평사들은 “주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토지 평가액을 높게 책정해 달라”는 공사 간부의 요구대로 평가액을 높게 매겼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 입장에선 주택 분양가를 높이면 되니까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결국 높은 가격을 주고 입주하는 소비자만 손해”라고 말했다.

이번 수사는 일단 영종·양촌지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곳의 뇌물수수가 심각하다고 해서 우선 수사했다”며 “공사들이 추진하는 전국의 수많은 개발지역에서 뇌물 수수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는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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