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에서 만난 최경주 “자신과의 약속은 꼭 지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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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 리지우드CC에서 21일 개막하는 PGA 바클레이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최경주 선수는 “몸을 강화하고 있어 좋은 샷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퍼래머스(뉴저지)=연합뉴스]

한국 남자 골프의 지존 최경주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량까지 하며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다.

최경주는 21일(현지시간) 개막하는 미국 프로골프(PGA) ‘바클레이스 챔피언십’ 출격을 앞두고 19일 한국 취재진에게 요즘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지난달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까지 노리다 막판에 16위로 밀린 데 이어 이달 초엔 PGA 챔피언십에서 컷오프되는 등 최근 들어 다소 슬럼프에 빠진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최경주는 “체중 조절 때문에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다”면서도 “충분히 회복돼 샷이 잘 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미 뉴저지주 퍼래머스의 리지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에 리지우드CC에서 경기를 치르게 된 소감은.

“지난해 이 대회가 열렸던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골프장이 짧으면서도 도전적인 코스였던 반면 리지우드는 길고 짧은 코스가 균형감 있게 섞여 있다. 따라서 한 구질로는 안 되고 페이드·드로 등 다양한 샷을 구사해야 한다. 그린 경사가 보기보다 심해 3퍼팅을 하지 않는 게 관건 같다.”

-최근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지난해 12월 살을 빼기 시작했다. 체중이 84~83㎏ 때 공을 가장 멀리 쳤는데 1년 전까지 94~95㎏ 나갔다. 그래서 감량 뒤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보려 했다. 일단 주춤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좋은 계기가 아닌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당장은 균형이 흔들려 공이 안 맞을지 모르지만 조만간 더 잘 될 걸로 본다. 체력 단련으로 몸이 강화되면 훨씬 더 튼튼한 샷을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미국에 와서 보니 제일 못하는 게 쇼트게임이었다. 그래서 계속 잘하는 선수들을 보고 연습한다. 사실 아직도 그린을 잘 못 읽겠다. 잘 읽었다며 쳐도 꺾여야 할 곳에서 안 꺾이더라. 잘하려면 잔디의 결과 깊이에 맞춰 쳐야 하고 쇼트게임도 많이 보완해야 한다.”

-징크스는 없나.

“뭐든 징크스가 있다지만 나는 없다.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는 습관 때문인지 늘 편안하게 평상시대로 하려 한다.”

-PGA 진출을 꿈꾸는 한국 후배 선수들에게 주는 조언은.

“어디에 생각을 두느냐가 중요하다. 1997년 미국으로 올 때 다들 안 된다고 했다. 그때 접었다면 이렇게 됐겠는가. 와서 보니 선수들이 너무 좋은 조건에서 시합하고 있어 PGA에 반했다. 그래서 2002년까지 PGA에 도전하겠다며 5년 계획을 세웠다. 결국 3년 만에 선수가 됐고, 2002년 첫 우승을 거뒀다. 가장 중요한 건 목표를 어디에 두느냐다. 나는 미국에 와서 석 달간 잘하는 선수들의 공치는 것만 보기도 했었다. 이들을 어떻게 하면 이길까 관찰해 보니 그들 공은 뜨는데 내 공은 안 뜨더라. 그래서 공을 띄우는 데 중점을 뒀다.”

-후배들이 가장 명심할 점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 약속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간 단위든, 개수 단위든, 연습량을 정하면 꼭 지켜야 한다. 500개를 치다 600개를 치기로 했다고 하자. 그러다 오늘은 잘 되니 내일 더 치자는 식으로 훈련을 미루면 절대 1000개를 치지 못한다. 인내와 뚝심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어려워도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특히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여기엔 술· 담배·여흥 등 모든 게 포함된다.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꿈을 추구해 나가면 옆이 안 보일 것이다.”

퍼래머스(뉴저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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