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사 풀린 治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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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서울 거리는 날뛰는 강력범 때문에 나다니기가 무서울 지경이다.낮밤의 구별도 없다.지난 1일 사당동에서 일어난 택시납치강도는 낮11시40분에 일어난 것이었다.폭력영화를 흉내내 범행일지까지 쓰며 한달사이에 25차례나 강도.성폭행 을 저지른 20대도 있었다.
이런 판인데도 경찰의 대응은 주먹구구거나 미적지근하기 짝이 없다.주부 등 남녀 4명을 연이어 납치한 범인들은 이미 지난 1일 사당동 납치사건때 은행 폐쇄회로TV에 찍혔고 범행에 사용된 택시 번호도 신고됐으나 신고받은 경찰서는 다른 경찰서엔 이를 통보도 하지 않았다.뿐만아니라 택시강도를 단순 폭행사건으로처리해버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대응이 이런 식이니 범인들은 강탈한 택시를 열흘동안이나 그대로 몰고 다니면서 제2,제3의 범행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한달새 25번이나 범행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공조(共助)수사체제가 안됐거나 수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 던 탓이다.
전체 경찰에 사건발생이 통보되고 그 수법이 알려졌더라면 한 범인이 동일한 수법으로 25차례나 범행하는 일이 과연 가능했겠는가. 경찰은 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때마다 흔히 인력부족과 열악한 처우를 들어 변명하곤 하지만 최근 일련의 대응자세를 보면 인력부족이나 열악한 처우가 주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범죄가 발생하면 그 사실과 수법 등이 자동적으로 모든 경찰기 관과 수사관들에게 알려지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할게 아닌가.이런 당연하고도 간단한 일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경찰의 운영체제가 얼마나 원시적인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훔친 차로 열흘이나 서울거리를 누비며 범행해도 무사했다는 것은 경찰체제의 이상(異常)을 말해주는 것이다.그 많은 교통경찰이 무얼하고 있었는지-.훔친 차가 강력 범죄의 도구로 쓰이고 있음이 언론에 의해 집중보도되자 마지못한듯 경찰이 차량검문에 나서고 있다.이런 자세로 날뛰는 강력범죄를 제압할 수 있을 것인가.경찰의 운영체제와 기강에 일대 쇄신이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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