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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국에온 '美정치의 師父' 토머스 폴리 前하원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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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94년 미국 의회선거때 공화당은 지금의 하원의장 뉴트 깅그리치가 선도한 반민주당 돌풍으로 상원.하원을 모두 장악했다.유권자들은 클린턴 행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불만을 현직 민주당의원밀어내기로 발산했던 것이다.그 중에서도 충격적이 었던 것은 토머스 폴리 하원의장이 워싱턴주의 지역구에서 현직 하원의장으로는1860년 이후 처음으로 낙선한 사건이다.그는 지금 클린턴이 제의한 주요국가의 대사자리를 사양하고 변호사 생활로 돌아가 클린턴과는 계속 가까이 지내면서 정치 권 밖에서 미국정치를 관조하는 입장이다.마침 국회개원을 앞둔 시기에 한국을 방문한 이 「정치의 사부(師父)」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註] 김영희=94년 중간선거에서 1860년 이래 현직하원의장으로는 처음으로 낙선하셨는데 그때 미국을 휩쓴 공화당 돌풍과 정치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그리고 反민주당정서가 패인(敗因)의 전부입니까 아니면 지역구 관리에 문제가 있었습니까.
폴리=내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지지 성향으로 1992년까지 대통령선거에서 단 한번도 민주당 후보가 이긴 적이 없어요.
그런 지역을 나는 15선으로 30년동안 대표했습니다.낙선 원인은 지역구에 있었던게 아니라 의회와 행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과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잘 이용한 공화당 돌풍이었어요.나는 미국 역사상 미시시피강 서쪽 출신으로는 최초의 하원의장이었고,그리고 20세기에 들어와 낙선한 최초의 현직 의장 기록을 세운 셈입니다.
김=현직과 민주당에 불리한 정서가 우세했다면 하원의장이었다는사실이 오히려 부담이 됐나요.
폴리=그렇게 생각합니다.하원의장으로서 나는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들이 고운 눈으로 보지않는 「워싱턴 정가(政街)」를 상징하는 위치에 있었으니까.국민들은 행정부와 의회가 국민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고 느꼈어 요.부시의 경우를 봐요.91년말에서 92년초 그에 대한 지지도는 90%에육박했지만 92년 대선에서 참패를 당했어요.국민들은 워싱턴의 정치에 실망해 클린턴에게 표를 던지면서 민주당 대통령과 민주당의회가 큰 문제들을 해결할 것을 기 대했습니다.그러나 중요한 사회문제에 관한 입법을 하나도 실현시키지 못했어요.거기에 대한반발로 2년뒤 의회가 공화당으로 넘어가고 하원의장인 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김=연방 하원의장도 지역구 유권자들이 갈아치우는 것이 바로 미국 민주주의가 건재(健在)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폴리=그렇습니다.
김=그렇다면 94년과 비교해 지금은 의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은 많이 좋아졌습니까.
폴리=아직도 의회는 냉소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어요.거기에는 의회에도 책임의 일부가 있고 언론이 의원들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김=언론이 미국 민주주의에 역기능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폴리=언론만을 책망할 생각은 없지만 그런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미국 언론은 미국 제도들을 비판하고 국민들은 또 언론을 비판적으로 봅니다.
김=80년대 레이건시대 이후 미국 사회가 한층 보수화(保守化)되어 94년 공화당의 대승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폴리=다소 보수로 가는 경향이 있지만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미국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중도지향(中道志向)입니다.국민들은 민주당이 92~94년 기간중 주요 문제에서 개혁을 너무 서둘렀다고 생각해 온건한 정책을 원한건 사실이지만 보수쪽으로 크게 기울지는 않았어요.지금 국민들은 공화당 의회가 주도하는 정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미국인들은 높은 이혼율,가정의 붕괴,청소년 범죄,10대의 임신등 신앙심 결핍과 도덕관 붕괴를 걱정하고 균형예산 을 요구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김=그런 사정을 배경으로 11월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를 전망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옵니까.
폴리=클린턴이 재선될겁니다.공화당후보 봅 도울은 나이가 결정적인 약점이 되고 있어요.흥미있는 것은 젊은층은 도울의 나이에별로 신경 안쓰는데 나이 많은 유권자들이 70고령의 대통령을 꺼린다는 겁니다.의회선거에서는 공화당이 상원은 계속 장악할 것같고 하원은 민주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지도 않아요.
김=한국에서는 지금 2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어떤 학자들은 권력형 부패의 역사는 정치의 역사만큼 길다고 주장해 부패가 필요악이라는 것을 시사하는것 같은데요.
폴리=그런 주장은 부패에 면죄부(免罪符)를 줄 뿐입니다.부패는 필요악이 아닙니다.부패를 완전히 없앨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인 기대가 아니지만 정치권은 부패의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해요.부패는 법치(法治)와,국민은 누구나 평등 하고 공정한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원리를 해치고 재력(財力)있는 사람이 지위와 영향력을 돈으로 살 수 있게 합니다.그것은반민주적입니다.
***의회로비 권장해야 김=미국 의회를 두고 하는 말 같지만냉전이 끝나고 소련이라는 라이벌이 사라진후 미국이 고립주의로 가는 경향이 있다는 걱정은 근거가 있다고 보십니까.
폴리=주로 초선의원들이 국제문제에 대한 식견(識見)이 없고 국내문제에만 관심을 쏟아요.지금의 의회가 고립주의 경향을 보이는 것도 초선의원이 많은 탓입니다.그러나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지도층을 포함한 다수 의원들은 여전히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국제문제에서 맡아 온 지도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있어요. 김=저는 70년대에 8년동안 워싱턴특파원으로 있었습니다.그때는 의회의원들이 관련된 스캔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날 때였습니다.그때와 비교해 지금의 의회는 도덕적으로 충분히 정화(淨化)되었습니까.
폴리=상.하원 합치면 연방의회의 의원은 5백35명입니다.그들중에는 윤리적인 수준이 국민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사람도 있어요.그러나 지난 25년동안 여러가지 제도를 개선해 의원들의 거동은 국민과 언론의 검증을 더욱 철저히 받고 있어요 .분위기는 크게 개선됐습니다.그래도 국민들은 의회의 도덕적인 수준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가 아닙니까.
김=70년대의 워싱턴은 박동선(朴東宣)사건으로 로비가 크게 문제된 시기이기도 합니다.의회로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폴리=로비는 부도덕한 것이 아닙니다.외국의 정부나 기관을 대표하는 로비이스트는 의회에 유익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합니다.왜곡되거나 의회를 오도(誤導)하는 자료는 금방 탄로나 역효과를 내요.한국의 경우는 지금 대사관은 말할것 없고 한국의 이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있습니다.
김=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토머스 폴리 약력> ▶1929년생.
▶워싱턴대 정치학과.법과대학원 졸업.
▶57년 변호사 개업후 검사생활.
▶65년부터 94년까지 30년동안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원내총무와 하원의장(세차례 연임)을 지냄.
▶94년 낙선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대통령 외교정보자문회의의장,동서문화센터 이사에 취임.
▶태권도가 청띠의 실력이고 한국음식을 즐김.
만난사람=김영희 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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