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 달고 회의하던 모습 생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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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종현 회장이 1997년 폐암 수술 이후 산소호흡기를 단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 석상에 앉아 있다.

외환위기 당시 폐암수술을 받고도 전국경제인연합회장으로 재계를 이끌며 고군분투했던 고 최종현 SK 회장의 발자취를 더듬는 추모사진전이 19일 열렸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과 서린동 SK 본사를 비롯한 13개 주요 계열사 사옥에서 열리는 ‘큰 나무 최종현, 패기의 발자취전’이 그것. 이 사진전은 고인의 10주기를 맞아 SK가 마련한 것으로 100여 장의 사진을 연대순으로 전시한다. 기일인 26일까지 열릴 예정.

특히 외환위기 당시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산소호흡기를 입에 대고 회의를 주재하던 모습은 당시에도 많은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사진들도 많다. 1950년대 미 시카고대 유학 시절 모습과 부인 박계희 여사와 함께 나무를 심는 모습, 정주영 현대 회장과 레이건 전 미 대통령, 장쩌민 전 중국 주석 등 외국 지도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도 선보인다.

한편 10주기에 맞춰 출간하는 『최종현, 그가 있어 행복했다』는 추모문집엔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기고문이 실려 눈길을 끈다. 이 전 회장은 삼성 특검 재판 등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임에도 생전에 사석에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고인을 위해 추모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 회장이 1977년 부인 박계희 여사와 함께 충북 충주시 인등산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이 회장은 “아직 하실 일이 많고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더 계셔야 하는 그분을 98년 8월에 보내 드려야 했다”며 “최 전 회장은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한 애국 기업인이자 우리 경제의 발전을 앞장서 이끌어 온 참된 경영인이었으며, 10년을 소리없이 준비하는 미래 설계자였다”고 회고했다. 고인은 97년 6월 폐암 수술을 받고, 이듬해 8월 26일 68세로 별세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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