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민주당 당권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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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당권경쟁에 불이 붙었다.「합의추대」 채택 등 이리저리눈치만 보며 속만 태우던 각 계파가 각개약진하려는 태세다.접점(接点)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지금 민주당 안에는 기존 정치세력과 「운동권세력」이 섞여 있다.이들중 어느 한 쪽이 당권을 잡게 되면 다른 한 쪽은 사실상 당에서 떨어져 나간다.그래서 중간자적 입장인 내가 대표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사실상 대표경선에 나설 뜻을 밝힌 셈이다.나아가金대표는 12일 자신의 계보인 한백산악회원,중앙당직자와 시.도지부 간부 등 2백여명을 대거 동원해 내장산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다. 상황이 이러니 이기택(李基澤)고문측도 가만 있을 수 없게 됐다.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기택-김원기-장을병(張乙炳)지도부가 단합해 張대표 내지 이중재(李重載)고문을 내세우는 카드를 마련했건만 金대표의 「변심」에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이기택고문이 직접 당권에 나서는 방안이 당연히 모색되기 시작했다.10일에는 장경우(張慶宇)최고위원.권기술(權琪述)당선자 등 계보조직 통일산악회회원 1백여명을 이끌고 북한산 등반에 나섰다.당무에 복귀한 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세(勢)과시에 나선 것이다.이 자리에서는 『이기택고문이 당 수습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결의문까지 채택됐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부영(李富榮)최고위원.李최고위원은 지난주 대전.충남지역과 대구.경북지역,부산.경남지역을 차례로 돌며 지구당위원장 50여명과 연쇄접촉을가졌다.바닥부터 대의원표를 다지겠다는 것이다.李 최고위원은 12일 『젊고 유능한 지구당위원장들이 이기택고문이나 김원기공동대표에게 불만이 많더라.그들은 李고문이나 金대표가 당대표가 될 경우 민주당을 그만둔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들의 요구를 무시하겠느냐』고 「당권도전의 변」을 밝혔다.
이어 12일 저녁에는 이부영의원을 지지하는 박계동(朴啓東)의원 등 「새정치주체선언그룹」 소속 위원장 10여명이 「결단식」을 가졌다.지난 10일 「범개혁그룹」인 유인태(柳寅泰).제정구(諸廷坵).이철(李哲)의원과 서경석(徐京錫)위원장 등 1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뤄진 「후보단일화」조율이 실패했기 때문이다.이래저래 민주당 당권경쟁은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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