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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김민희 연극 "어머니"서 혼신의 연기 펼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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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윤택이 대본을 쓰고 김명곤이 연출하는 연극 『어머니』.그 연습실 한가운데 전쟁통에 학질로 죽은 어린 아들의 혼을 달래는어머니(나문희)가 서있다.
『왜 이제 왔어.』어린 아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자 어머니 볼엔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린다.가슴에 맺힌 것들을 어찌 다말할 수 있을까.어머니의 눈물은 그런 대답같았다.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을 마치고 한구석에서 나씨의 연습을 지켜보던 김민희가 소리없이 눈물을 훔쳐내고 있다.
KBS-1TV 『바람은 불어도』에서 할머니역을 맡아 열연한 나문희(54.)와 「똑순이」 김민희(25.)가 한 연극무대에서만났다. 동숭아트센터가 우리 연극의 새로운 양식을 탐색하기 위해 제작하는 연극 『어머니』에서 나씨는 질곡의 세월을 살아온 나이든 어머니 황일순역을 맡았고 김민희는 젊은 황일순역을 맡아그의 회고장면에 등장한다.
출연제의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는 나씨는 대본을 읽고 났을 때느낌을 한마디로 『충격이었다』고 말한다.『남모를 젊은 날의 비밀이 있고,자식을 가슴에 묻은 한(恨)이 있고,무한한 생명력도있는 모든 이들의 어머니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이번 무대에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은 심정입니다.』 온몸이 쑤실만큼 연습에 몰두해왔다는 나씨의 출연 소감이다.한편 김민희는 나씨와 함께 출연한다는 말에 무조건 출연을 결정했다는 것.그는 드라마 『바람은 불어도』를 보면서 『나선생님의 물흐르듯 자연스런 연기를 보고 프로 배우의 자세가 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황일순은 1928년 함경북도 청진생 여인.김민희가 천진하면서도 조숙한 면모를 지닌 황일순을 보여주는 반면 나씨는거침없고 시원시원하고 약간은 우습기도 한 어머니 황일순을 보여준다.연기활동 36년째에 접어든 50대 배우의 무서운 각오가 깃들인 폭넓은 연기,아역스타로 출발해 성숙한 제2의 연기인생을맞는 20대 배우의 힘과 긴장감어린 연기가 어떤 하모니를 이룰지 주목된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할 때마다 부끄러울 만큼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나씨는 『남은 기간중 감정을 더욱 걸러내 한을 극복하고 일어선 강한 어머니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어릴 때 시청자에게 보여준 「똑순이」의 모습이 생경하게 느 껴진다』는 김민희는 『일상의 감성과 경험을 자연스레 연기로 표출해내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공연은 18일부터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화~목 오후8시,금 오후4시.8시,토.일 오후3시.6시.(02)741-3391.
글=이은주.사진=김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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