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미국,통신시장 개방 억지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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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이 문을 활짝 열어주는데 왜 한국은 열지 않는가.세계무역기구(WTO)등의 통신시장 개방협상은 상호 호혜평등이 원칙이다.실망스럽게도 한국은 이같은 원칙을 모르는 듯하다.』 지난 6~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통신협상의 미측 수석대표 크리스티나 런드 미국무역대표부(USTR)부대표보가 협상을 마치고 지난8일 주한미국공보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측 협상 태도를 비꼰 대목이다.런드대표는 이어 다음달 초 미 워싱턴DC에서한.미통신협상을 다시 열어 통신장비 조달문제만 다뤘던 협상 의제를 민간기업의 장비구매는 물론 통신서비스분야까지 확대시키겠다고 밝혔다.심지어 양국간 의견차이를 좁히기 위해 미국은 앞으로다양한 협상 테이블에서 통 신시장 개방을 거론할 것이라고 런드대표는 덧붙였다.
언뜻 들으면 런드대표의 말은 다 옳은 얘기로 들린다.그러나 곰곰이 뜯어보면 궤변임을 알게 된다.
WTO의 협상원칙은 절대적인 상호평등이 아니라 상대적인 균등이다. 미국은 AT&T.모토로라등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이 버티고있어 시장을 열어도 다른나라 업체의 진출이 어렵다.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은 조금만 개방해도 시장을 송두리째미국 업체들에 넘겨줄 수 있는 처지다.이는 일본.캐 나다.호주.프랑스등 일부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WTO협상에서 미국의 독주에 이들 국가가 제동을 건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가 오는 98년부터 외국인 지분투자를 33% 허용키로 한 개방안은 미국의 완전개방보다 강도높은것이랄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민간 기업들이 미국제품을 안 사준다고 따졌다.심지어 민간기업의 구매활동에 정부가 관여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차별대우를 막아달라고 요구했다.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인미국이.』 런드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해들은 정보 통신부 관계자의 지적이다.
이원호 정보통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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