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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입장권 1장에 2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4차전 한국과 일본의 대결이 열린 16일 베이징 우커송 야구장. 암표상이 대거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출입문마다 많게는 10여명의 암표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큰 소리로 암표가 있다고 외치며 노골적인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중국 공안이 지나가도 소리만 치지 않을 뿐 굳이 피하려하지도 않았다. 한편에서는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암표를 산 중국인과 암표상과의 싸움. 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간단했다. 암표를 사보니 그 표가 지아피아오(假票), 위조한 가짜표였던 것이다. 이들 간의 싸움은 공안의 등장으로 일단락되었다.

암표를 구입하려는 사람 가운데는 한국인도 상당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어처구니없는 암표 값 때문이다. 경기가 이미 3회초를 달리던 시각 암표의 가격은 1장에 1만5000위안(한화 약 200만원)이었다. 엄청난 가격에 놀라자 암표상은 두 장을 사면 2만 위안에 주겠다고 ‘선심’까지 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흥정을 해봤지만 1만5000위안 아래로는 절대 줄 수 없다고 버틴다. 다른 암표상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미국인 로잔(27)은 17일 새벽 베이징 올림픽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드림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암표를 구하고 있었다. ‘I Need Tickets’라고 적힌 푯말을 목에 건 그녀에게 수많은 암표상이 접근했다. 암표상이 제시한 가격은 암표 최고 가격인 2만 위안. 로잔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은 300달러가 전부였다. 암표를 구하기 위해 2시간 이상을 헤맨 그녀. 결국 암표상에게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지는 암표상 행렬에 학생들까지 등장했다. 경기장 주변 벤치에 앉아 암표가 있다고 외치는 앳된 소녀. 몇 살이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답했다. 암표를 팔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경기장을 왔다고 했다. 그녀가 제시한 가격은 8000위안. 자신은 암표상이 아니라 학생이기 때문에 싸게 판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대학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대학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표를 판다는 게시물이 넘쳐나고 있으며 그 가격 역시 암표상들의 판매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천문학적인 액수의 예산을 투자하여 최신식 건물과 도로를 신설하고 인공강우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하드웨어만 갖추었을 뿐 중국인의 의식 수준은 아직 올림픽 이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급격하게 늘어나는 암표상들과 턱없이 높은 암표 가격, 그리고 가짜표의 등장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베이징=뉴스방송팀 강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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