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홍구체제 출범의미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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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신임대표체제의 출범으로 여권은 집권후반기의 정국운영과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첫 포석을완료했다.
李대표체제 출범은 무엇보다 3당합당체제의 종식을 더욱 분명하게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5.18특별법제정과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두 전직대통령 구속에 이어 비교적 구(舊)정권의 때가 묻지 않은 초 선의 정치신인을 선택,여야 모두에 정치권 인물교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3당합당의 체취가 짙게 배어있던 김종필(金鍾泌).이춘구(李春九).김윤환(金潤煥)대표체제의 흐름도 무색무취한 李대표의 중용으로 탈색시켰다.
특히 계보정치등 기존 정치와는 거리를 두어왔던 李대표체제의 등장으로 金대통령은 당을 강력히 장악,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집권후반기 운영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당내 대통령선거 주자의 조기등장에 의한 임기말 누수현상을 차단하고 李대표를 통해 자신의 의중을 전달,강력한 친정(親政)체제 구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강삼재(姜三載)총장은 『李대표의 임명은 향후 대통령후보 문제를 둘러싼 당내 계보와 분열상을 절대 허용치 않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리형인 李대표의 등장으로 실제 당무운영은 청와대와의 밀접한교감(交感)을 유지할 사무총장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총리로서 다양한 행정경험을 지닌 李대표의 등장은 金대통령의 집권후반기 화두(話頭)인 「안정속의 개혁」과 「생활정치」구현을 위한 당정간의 가교에도 윤활유 역할을 기대케 하고 있다.
李대표는 7일 『내가 가장 역점을 둘 수 있는 부분이 일관성있는 정책』이라고 밝혀 각종 정책입안의 활성화에 적잖은 의지를드러냈다.
관리형대표로 일컬어지는 李대표 체제가 안팎으로 부딪칠 문제점도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김윤환 전대표등이 거론했듯 『당내 대통령후보 주자들의 물밑 논의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李대표는 7일 『내가 접한 후보주자중 올해 대권논의 자제를 반대하는 인사는 하나도 없었다』며 낙관적 견해를 피력한다.
그러나 산전수전을 다 겪은 중진정치인들의 대통령후보 경쟁이 서서히 가속화되고 李대표가 「최소한의 통제력」을 상실할 경우 예상치 못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는 셈이다.
집권후반기의 당대표라는 자리가 주는 비중도 미묘하다.그가 다소라도 세를 얻는 기미가 보일 경우 성토대상이 될 운명을 피할수 없는 처지다.
李대표의 당면 최대현안은 여당의 당선자 빼가기로 경색국면을 맞은 대야(對野)관계다.李대표의 등장에는 대야관계를 의식한 측면도 감지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李대표가 김대중(金大中)총재와도 막역한 사이인데다 김종필총재와는 여당대표와 총리로서 교감을 나누었던 점이 고려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대중.김종필총재가 인간 이홍구씨에게는 호감을 갖고 있지만 여당 李대표에게는 金대통령의 대리인으로 간주해 공세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당장 개원협상부터 야권은 李대표를 몰아세울 것이다.더욱이 여당내의 4분5열을 기대하는 야 권의 파상적인 「외곽때리기」는 李대표체제를 한층 어렵게 할 것이다.
당내 계파를 초월,모든 대권주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등장한 李대표의 「보이지 않는 정치력」이 발휘될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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