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경찰의 실패'-교통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경찰의 교통관리.단속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이관하라는 목소리가 높다.며칠전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조순(趙淳)서울시장이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는가 하면,교통전문가들도기존 교통운영조직의 비과학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4월26일 대한교통학회 학술토론회).
전문가들은 대도시 교통난의 상당 몫이 「교통운영조직의 2원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2원화된 조직체계로 인해 시설이 낙후돼도 개선이 안되고,운영이 잘못돼도 견제가 안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경제학 용어인 「시장(市場)의 실패」를 원용해 「경찰의 실패」를 주장하기도 한다.외부효과(externality)로 인해 교통시장의 효율화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런 외부효과의 하나는 우선 「경찰 교통운영조직의 비전문성」이다.교통직(職)은 경찰에서 가장 홀대받고(교통局은 경찰청 조직서열중 가장 하위임),한 2년쯤 지나 비로소 교통을 좀 알만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순환보직제의 희생 물이다.
다른 직장과는 달리 실무자가 모르는 것이 있어도 물어 볼 상급자가 별로 없다.윗 사람은 대개 새로운 개선보다 「옛날 답습」 또는 「법대로만」을 고수하는 게 상례다.
결국 실무진들은 새로운 첨단기기 도입도,참신한 아이디어도 제안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조직이다.자동차도 늘고,운전자도 바뀌는데 경찰만 사람.조직.제도를 안 바꾸는 폐쇄시스템인 것이다.
경찰은 또 조직을 「국립」으로 바꾸면서 도로교통법 등 관련법을 너무 손질하지 않았다.그래서 지방경찰 당시 시장권한이던 많은 교통관리.단속권한이 여과없이 그대로 국가권한이 돼 버렸다.
결국 지방행정을 중앙정부가 떠맡은 꼴이 돼 지금 서울시내 교통신호등은 「다는 건 국가가,돈은 서울시가 내는」 이상한 시스템이 됐다.서울시 의회는 국립경찰이 제대로 돈을 쓰는지 감사할방법이 없으니 가능한 한 예산을 적게 주려 하고 ,경찰은 또 더 달라는 소리도 안 한다.서울시가 주는 만큼만 되돌려 주면 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주인없는 올림픽대로 운영은 엉망이 되고,결국 시민만 힘들게 된다.
시민과 직접 부닥쳐야 하는 교통행정은 「지방정부 주축」이 당연하다.경찰조직의 「지방화.전문화」 또는 많은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제도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교통시설운용은 의무.권한.책임이 따로 떨어져선 안된다.자리를 옮기지 않고항상 「교통」만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주축이 되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음성직 교통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