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속 또 탈당 벼랑에 선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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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장을병(張乙炳).김원기(金元基)공동대표는 4일 허탈한표정이었다.황규선(黃圭宣.이천)당선자가 이날 오후 탈당계를 낸뒤 5시간만에 최욱철(崔旭澈.강릉을)당선자가 당을 뛰쳐나가 버렸기 때문이다.이규택(李揆澤.여주)당선자에 이어 세번째다.우려하던 「탈당 도미노」가 현실이 되는 양상이다.
崔당선자 등 2명의 탈당은 「여당의 민주당 말살공작」을 규탄하는 무기한 철야농성이 시작된 바로 그날 이뤄졌다.그래서 지도부의 충격은 더 크다.
이상조짐은 오전부터 나타났다.농성돌입을 선언하는 자리에 정작「주인공」인 지역구당선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 등은 『어떻게 된 거냐』며 안절부절 못했다.당직자들은 『연락이 제대로 안됐다』고 둘러댔다.하지만 그 시각 지역구당선자들은 서울시내에서 은밀한 모임을 갖고 있었다.탈당한 崔.黃당선자를 비롯해 권오을(權五乙.안동갑).권기술(權琪述.울산울주).이규정(李圭正.울산남을).제정구(諸廷坵.시흥)등 6명이 모였다. 당지도부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지도부가 지역구당선자들의 의견을 들으려고는 하지 않고 당권에만 매달려 있다』는게 주요비판이었다.그중에는 『그럼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느냐』며 진로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결론은 없었다.단지 『다음주에 다시 모여 지도부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하자』는 결의만 했다는 것이다.
탈당한 黃당선자는 침울하게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崔당선자는 『지구당사무장도 구속되는 등 죄어오는 여권의 압력에 고민중이다.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다.그러더니 이들 두명은 오후에 탈당해버렸다.결국 이날 모 임이 송별회가 돼버린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이들이 탈당했다는 것만이 아니다.민주당 마포당사에서 이날부터 시작된 철야농성에는 당초 서울지역 47개 지구당 위원장이 참여할 예정이었다.그러나 정작 모습을 드러낸 지구당 위원장은 최고위원인 홍성우(洪性宇).강창성(姜 昌成)위원장등 10명도 안됐다.
결국 농성을 통해 당을 봉합(縫合)시켜보려던 지도부의 노력은崔당선자 등의 전격 탈당으로 김이 빠져버렸다.이런 마당에 농성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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