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인내 갖고 核 해결" 김정일의 약속 후진타오가 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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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의 성과에 대한 큰 궁금증이 풀렸다. 그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인내심과 융통성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핵문제에 관한 6자회담에 참여하고, 회담이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관영 신화통신이 金.胡 대화록을 발표한 것이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약속을 중국 최고지도자가 보장하는 셈이다.

중국은 무엇으로 그런 어려운 약속을 받아냈을까. 그 대답도 金.胡 대화록에 나와 있다. 북한 경제건설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무상원조를 하기로 했다는 대목이다. 역시 그랬구나 싶다.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양쪽의 필요가 일치해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악조건 속에 경제개혁을 시작한 북한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지원에 대한 대가로 金위원장은 핵문제 해결에 인내심과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특히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베이징(北京) 방문 직후에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이루어진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체니와 중국 지도자들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의제였을 것임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세계적으로 보면 부시 정부의 주요 관심사는 이라크이지만 베이징에서의 체니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당연히 북핵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봄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중국을 강도 높게 압박하고 설득해 북한을 움직여 6자회담을 성사시킨 것과 같이 체니는 중국에 북한의 성의있는 자세를 이끌어내도록 부탁도 하고 압력도 넣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金위원장의 중국 방문 시기가 절묘했다.

시기적으로 고무적인 이유는 또 있다. 한국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 남북관계가 전기(轉機)를 맞을 조건을 갖춘 시기에 후진타오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고, 金위원장이 6자회담 적극 참여를 약속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김영희 국제문제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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