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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걱정할 이유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거시(巨視)경제 실적은 한 달치를 놓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할일은 아니다.올해만 해도 2월 수치는 분홍빛이었다가 3월 수치는 회색으로 나타나고 있다.그러나 만일 밝게만 보이던 2월 수치가 겉과 달리 속은 어둠으로 차 있었다는 사실 을 되돌아 본다면 우리 경제의 거시적 내용은 지금 걱정할 이유를 충분히 안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 경제의 견인차 부문인 자동차.전자.조선.석유화학이 국내시장과 수출시장 두 곳에서 한계에 부닥치고 있는 것은 이미 지난 연말부터였다.3월의 거시적 실적이 사상 최고의 무역적자(20억 달러),4년만에 최고의 재고(在庫)증가(19 %),산업생산 증가율 대폭 하락(연간 5.8%)으로 나타난 것은 3월 한달 동안에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다.
장기적 저조추세 돌입에는 크게 두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그 하나는 원고(高)-엔저(低)다.엔화는 지난해 4월18일 달러당 80.63엔에서 올 4월15일에는 1백8.60엔으로 무려 35%나 평가절하됐다.같은 기간중 우리 원화는 달러당 7백74.70원에서 7백82.50원으로 1% 절하됐을 뿐이다.이는그 동안 일본과 한국사이에 수출가격 경쟁력이 약 35% 일본에유리(有利)하도록 바뀌었다는 말이 된다.
그동안 국제적 자본자유화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너무 높은 원화이자율이 경직된채 유지됐다.이 높은 이자율(증권시장에서는 싼 채권가(債券價),싼 주가(株價))에 유인된 외국자본 유입때문에 자본수지는 대폭 흑자를 나타냈다.
그래서 심각한 경상수지적자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외화때문에 원화가치는 내려갈 수 없었다.3월의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수출신장세의 급격한 둔화(연율 5.5%)에 있었음은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저조국면에 들어가게 된 다른 한가지 원인은 더 심각하다.우리 경제의 기술적 수준이 중위급 탈피를 위한 획기적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중급품시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약간의 바람만 불어도 꺼질만큼 항상 취약하다.
이 두 장애요인에 도전할 전략을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이미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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