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수출품 70년대 → 오줌, 2000년대 → 반도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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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오줌은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입니다’ ‘한 방울이라도 통 속에!’

1970년대에는 공중화장실마다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사람의 오줌에 들어 있는 유로키나제라는 중풍치료 물질을 얻기 위해서다. 당시 유로키나제 1㎏은 2000달러가 넘는 고가의 수출품이었다. 마땅히 수출할 게 없었던 한국에서는 한 방울의 오줌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오줌을 모으지 않는다. 대신 지난해 반도체를 390억4500만 달러어치나 수출했다.

14일 통계청이 펴낸 ‘통계로 본 대한민국 60년의 경제·사회상 변화’을 보면 건국 이후 강산이 여섯 번 변할 동안 한국 사회는 빛의 속도로 눈부신 발전을 했다.

66년에는 전국의 공공기관에 ‘3·3·35운동에 참여합시다’라는 표어가 내걸렸다. 암호 같은 이 숫자는 ‘3년 터울로, 3명만, 35세 이전에 낳자’는 뜻이었다.

당시는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4.53이나 됐다.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던 시대였다. 하지만 2007년엔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 사회로 뒤바뀐 것이다.

75년 개봉해 36만 명의 관객을 모은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 주인공 영자는 가난한 시골에서 태어난 뒤 서울로 올라와 버스 안내원이 됐다. 이런 안내원은 70년대 중반 5만 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74년 4만4000대였던 자가용 승용차는 지난해 1549만6000대(승합차 포함)나 돼 1가구 1차 시대를 넘었다.

55년 전화 가입자는 3만9000명이었다. 인구 1000명당 두 대꼴이었다. 전화 한 대 값이 아파트 한 채 값에 버금가는 시대였다. 지금은 일반 전화를 쓰지 않는 가구도 많다. 대신 휴대전화는 전 국민의 필수품이 됐다. 2007년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4350만 명으로 10명 중 9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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