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장 원초적 능력을 겨루는 육상은 ‘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육상에는 이번 올림픽 28개 정식종목 가운데 가장 많은 47개의 금메달(총 302개)이 걸려 있다. 수영(경영·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수구·다이빙)보다 1개 많다. 베이징 올림픽 육상경기는 대회 개막 일주일 만인 15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여자 7종경기 100m 허들 예선경기를 시작으로 열전에 들어간다. 9일간 46개 금메달의 주인공이 가려지면 대회 폐막일인 24일 남자 마라톤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번 대회 육상에는 모두 201개국에서 2280명(남 1206명, 여 107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1896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이래 육상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나라는 미국이다. 2004년 아테네 대회까지 육상에서 나온 836개의 금메달 가운데 36%인 304개의 금을 수확했다. 그 뒤를 러시아(옛 소련 포함 76개), 독일(옛 동·서독 포함 69개), 영국(48개)이 따른다.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많은 금메달을 겨냥하는 미국을 포함해 육상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러시아,자메이카,에티오피아 및 케냐, 그리고 주최국 중국의 특징과 전망을 살펴봤다.
◇러시아=4년 전 아테네에서 러시아 여자 선수들은 필드에 걸린 8개의 메달 중 5개를 휩쓸었다.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는 이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역시 장대높이뛰기의 옐레나 이신바예바. 벌써 23차례나 세계기록을 갈아치운 그는 베이징에서 금메달과 세계신기록(현재 5m4㎝)을 동시에 노린다. 높이뛰기의 옐레나 슬레사렌코, 멀리뛰기의 타탸나 레베데바, 원반던지기의 나탈랴 사도바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다.
◇자메이카=인구 280만 명인 카리브해의 소국 자메이카. 하지만 단거리에선 초강대국이다. 육상에 출전하는 51명의 자메이카 선수 중 39명이 스프린터다. 기록도 화려하다. 올 시즌 남자 100m와 200m(이상 우사인 볼트), 여자 200m(베로니카 캠벨-브라운) 최고기록 주인공이 모두 자메이카 선수다.
◇에티오피아·케냐=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와 케네니사 베켈레. 에티오피아 출신의 육상 장거리의 ‘신구 황제’가 함께 뛴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자신이 세계최고기록(2시간4분26초)을 보유한 마라톤 대신 1만m에만 출전한다. 5000m(12분37초35)와 1만m(26분17초53) 세계기록 보유자인 베켈레의 2관왕이 유력한 가운데 세계신기록 작성 여부가 더 큰 관심거리다. 마라톤 강국이면서도 아직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케냐는 마틴 렐이 첫 금에 도전한다.
◇중국=4년 전 아테네에서 금메달 2개와 6명의 결승 진출이라는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둔 중국은 홈에서 그 이상의 성적을 내겠다는 각오다. 최전선에는 남자 110m허들 2연패에 도전하는 ‘황색 탄환’ 류샹이 서있다. 중국은 1996년 애틀랜타(5000m 왕준샤) 이후 8년 만인 아테네에서 다시 정상(1만m 싱후이나)에 섰던 여자 장거리에서는 이번에 이렇다 할 후보가 없다.
베이징=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