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人>낙화생가공조합 이사장 정양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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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북한투자요.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더군요.』 북한에 낙화생(땅콩)가공공장 건설을 추진중인 낙화생가공조합 정양근(鄭養根.47)이사장은 최근 중국에서 북한측과 투자협상을 한 뒤 이렇게 말했다.
1년 전 합의했던 투자의 기본내용이 만날 때마다 달라져 북한투자를 아예 포기하려는 생각도 해 봤다.
북한측은 공장부지를 남포로 정했다가 나진.선봉으로 바꿀 것을제시하는가 하면 고위층의 의견이라며 걸핏하면 투자합의서 작성을미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면서 그는 어려움이 있어도 대북(對北)투자를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나섰다.
『북한 쪽에는 저 나름대로 공을 많이 들여 중국에 나와 있는북한의 무역상이나 고위간부들과의 접촉도 많았고 실제로 91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산 땅콩을 국내에 반입하는 실적도 올렸지요.』鄭이사장은 중소기업계에서는 드문 북한전문가로 꼽힌다.중국과 러시아 사정에도 밝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제분과위원장도 맡고있다. 『북한에는 대기업들이 들어가는 것보다 중소기업 차원에서할 일이 더 많아요.정치적인 입장과는 관계없이 중소기업의 북한투자는 장려했으면 합니다.』 그는 기협중앙회를 창구로 중국에 상주하는 북한측 외교채널과의 접촉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업체와 합작으로 북한에 진출해 식품가공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북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더 바라고 있어요.
대우가 남포에 설립한 합영공장도 투자규모나 품목으로 봐서는 중소기업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남북경협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중소기업의 북한진출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대기업보다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북한진출 때 가장 주의할 점은 『의욕만 앞세우기보다 서로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鄭이사장은 말했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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