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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그나저나 만두를 「쌍화(雙花)」라 부른 까닭이 궁금했다.
중세엔 된소리 발음을 하지 않았다니까 「쌍화」는 「상화」라 불렸을 것이다.조선조 정조(正祖)때의 여류 실학자(實學者)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에도 「상화」란 이름으로 만드는 법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그 한자 표기는 「상화 (霜花)」.
「서리꽃」이란 뜻이다.
「쌍화」라면 「쌍알이진 꽃」「두송이 꽃」을 의미한다.
밀가루 만두는 뽀얀 꽃송이 같다.소로 넣는 거피팥 으깬 것도서리처럼 희다.그래서 서리꽃,즉 상화라 이름지은 풍류는 알겠으나 쌍알이진 꽃을 뜻하는 한자로 표기한 것은 무슨 연유일까.만두를 한쌍 단위로 판 탓일까.
「쌍화」란 한자 글귀를 우리 고대어 표기법인 이두(吏讀)체로풀어보자.
꽃의 옛말은 「곶」.아주 옛날엔 「고지」라 했다.꽃은 「꽂는것」,즉 「곶는 것」이란 뜻에서 이렇게 불렸고,「곶」「고지」는동시에 「갑(岬)」「반도(半島)」를 의미했으며,「남근」「성행위」도 가리켰다.서여사가 일러준 낱말풀이다.
그렇다면 「쌍화」는 「쌍 꽂이」,즉 복수의 상대와의 성행위를가리키는 낱말일 수도 있는 셈이다.
복수의 남자와 얼리는 노래의 첫 대목에 「쌍화」를 등장시킨 까닭을 알 듯했다.
복수의 남자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동시에 놀아날 수 있는 여자의 의식은 어떤 특수 조직인지 아리영으로서는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다.
코펜하겐에서 우변호사와 맺어진 후 남편과의 관계는 일절 끊었다.그것이 두 남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생각했다기보다 자기자신의 육신이 그것을 용납지 않았다.
생각하는 육신-.
아리영이 오래도록 불감증을 앓아온 것도 남편을 사랑하지 못한데에 연유하지 않았던가.생각과 더불어 육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인간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한 것은 파스칼이다.
『왜 하필이면 갈대일까요?』 언젠가 오리 사냥을 간 갈대 호숫가에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건 말이야….』 아버지는 고교생이었던 아리영이 알아들을 수 있도록 설명하기 위해 잠시 헤아리고난 다음 말했다.
『파스칼은 인간을 초라함과 위대함을 함께 지닌 모순된 존재로파악했어.그릇된 인식을 하기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고 부정을저지르기도 하지만 진리와 선(善)을 추구하며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기도 하지.저 시들어 쓰러져가는 갈 대처럼 초라하지만 한편으로는 위대한 생각도 하는 존재라 해서 「생각하는 갈대」라 한 것같아.』 글 이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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