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북한문제서 더 자유로워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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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올해로 환갑을 맞은 한국 외교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모색하는 ‘건국 60주년 기념 외교세미나’가 13일 외교통상부와 한국외교협회 주최로 열렸다. 정부 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는 21세기의 변화하는 국제 안보환경에 발맞춘 한·미 동맹의 질적 변화와 중국과의 관계 정립, 북핵 문제와 대북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첫 발표자로 나선 박수길 전 주 유엔 대사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독립한 140개 신생 국가 중 근대화 혁명에 성공한 모델로 한국이 자리 잡는 데에는 외교적 측면에서의 기여도 컸다”고 평가한 뒤 “김대중·노무현 정부 집권 시기에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다양화하면서 외교 문제에 대한 국내적 컨센서스(공감대)가 붕괴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사는 “21세기 초반 미국의 유일 초강국으로서의 지위에 일어난 변화, 중국의 대두, 일본의 급속한 보통 국가화 진행 등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영선 서울대 교수는 지난 60년간의 시대적 목표를 시기별로 ▶안보 국가(1948∼60) ▶산업국가(1961∼87) ▶민주국가(1988∼2008) 건설이란 세 부류로 나눴다. 그는 “비록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이 같은 초보적 목표 달성은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며 정보지식화 사회에 걸맞은 촘촘한 ‘그물망 외교’를 향후 60년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외교의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2부 토론에서 백진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외교는 분단이나 북한 문제로부터 보다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며 “북한에 매달리거나 가시적·전시성 행사에 외교 자원을 쏟아 붓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국제사회에 기여해 한국의 위상을 정립하고 영향력을 제고하는 것이 우리 국익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지난 정권과의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에 역점을 두고 일본과는 과거를 딛고 미래지향적 관계로 설정하려는 의지가 너무 강하다”면서 “이로 인해 외교적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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