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6년 호황 막 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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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고유가와 세계 경기 둔화 여파로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일본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길었던 6년간의 경기 확장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후퇴기로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3일 일본 내각부는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 분기 대비 -0.6%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보통 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면 경기 후퇴로 보기 때문에 2분기 통계만으로 경기 후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달 초 일본 정부의 월례 경제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이란 단어가 5년 만에 사라지는 등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실제로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인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2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3% 줄면서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이날 재무성이 발표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9% 줄었다. 대표적 수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분기 수익이 5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자 800명을 감원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민간 소비는 전 분기에 비해 0.5% 줄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대치인 1.9%를 기록했고, 7월에는 2%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소득은 늘지 않아 일본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올 여름 보너스를 줄였다. 일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이달 말 가계와 기업의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고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세계 경기의 둔화 추세로 볼 때 일본 경제가 내년 1분기까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예상이다. 하지만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최근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2001년 침체 때와 달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졌기 때문이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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