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GDP 증가율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면 경기 후퇴로 보기 때문에 2분기 통계만으로 경기 후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이달 초 일본 정부의 월례 경제 보고서에서 ‘경기 회복’이란 단어가 5년 만에 사라지는 등 변화의 조짐은 뚜렷하다.
실제로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두 기둥인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2분기 수출은 전 분기보다 2.3% 줄면서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이날 재무성이 발표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9% 줄었다. 대표적 수출 기업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분기 수익이 5년 만에 최대폭으로 줄자 800명을 감원하는 등 긴축 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뜩이나 위축된 민간 소비는 전 분기에 비해 0.5% 줄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최대치인 1.9%를 기록했고, 7월에는 2%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 소득은 늘지 않아 일본의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있다.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올 여름 보너스를 줄였다. 일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이달 말 가계와 기업의 고유가 부담을 덜어주고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세계 경기의 둔화 추세로 볼 때 일본 경제가 내년 1분기까지는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의 예상이다. 하지만 2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최근 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2001년 침체 때와 달리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건전해졌기 때문이다.
조민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