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포럼><전문가의견>프로스포츠 자유계약제-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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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유 경쟁은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이긴 하지만 프로 스포츠 산업에서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 특성이있다. 일반 경제 분야에서는 어느 한 기업이 치열한 경쟁끝에 경쟁 기업을 흡수 또는 파산시켜 시장을 독과점할 경우 그 기업은 경쟁이 없는 데서 오는 독점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 스포츠에서는 다르다.
예를 들어 어느 한 구단이 이상훈.김상진.김상엽.정민철등의 투수와 장종훈.김상호.김기태.이종범을 자유 경쟁 스카우트로 확보했다고 해서 그 구단이 최고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구단이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야 누워서 떡먹기겠지만 이런 식으로 승부가 뻔한 경기를 보려는 야구팬은 없다.
따라서 최대의 수입원인 관중수는 줄어들고 독점 상태의 구단도피해를 보게 된다.
프로 야구는 오히려 상대가 강할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경쟁 제한이 필수적이다.
이런 목적을 위한 제도가 구단의 보유선수 숫자의 제한이나 자유 계약권리의 제한이다.
미국이나 일본도 1백년 또는 50년의 역사가 지나서 어느 정도 구단간 경쟁력이 평준화된 이후에 자유계 약 제도가 도입되었고 그것도 프로 경력이 일정기간 지난 후에야 자격을 취득하도록제한하고 있다.
또 미국.일본의 경우 선수 저변이 풍부해 자유 계약으로 잃는선수를 신인으로 대체하는 것도 가능하다.아직 한국은 각 구단간에 경기력을 포함해 엄청난 경쟁력의 격차가 있다.
또 유일한 신인 선수 공급원인 학교 야구팀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좌우간 매년 엄청난 폭의 적자를 모그룹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이런 상태에서 선수 공급시장이 완전 자유경쟁 체제로 된다면 야구단 경영 실력의 우열이 아니라 모그 룹의 지원금부담능력에 따라 순위가 결정될 우려가 있다.
완전한 드래프트 제도와 중계권료 현실화 등으로 구단간 경쟁력이 평준화되고 외국인 선수 개방과 아마추어 육성 등으로 선수 저변이 확대될 때까지 자유계약 제도 채택은 시기상조다.
한국야구위원회 박기철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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