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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차선·숭례문 복구 … 서울학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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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의 초청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외국 공무원들이 12일 강의를 듣기 위해 고려대 기숙사(CJ I-House)를 나서고 있다. 이들은 내년 8월까지 고려대 국제어학원에서 도시행정학 석사과정 교육을 받는다. [서울시 제공]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시청 공무원인 유디 아디위카르타(37). 도시개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버스 이용을 활성화해 시내의 교통체증을 해소하는 것이다. 그런 그에게 서울에서 시행 중인 중앙버스전용차로·스마트카드제 등은 큰 관심거리였다.

유디는 전임 서울시장이 추진한 버스 정책이 성공하면서 현재 대통령 자리에 오르는 데까지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언젠가는 서울에 가서 직접 현장을 둘러보면서 공부해 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비용 등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올 봄, 유디에게 서울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서울시가 주최한 ‘자매·우호 도시 공무원 대상 교육훈련 프로그램’ 참가자로 뽑힌 것이다. 유디를 포함해 베이징(중국)·상파울루(브라질)·이스탄불(터키)·하노이(베트남)·울란바토르(몽골)·타이베이(대만)·방콕(태국) 등 서울과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8개국 8개 도시 공무원 20명은 지난 주말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은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1년 동안 도시행정학 석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서울시 실·국장급 공무원들도 강사로 참여해 임대주택건설·한강르네상스·지하철9호선 개통·도시디자인 등 시의 행정을 소개하는 사례 학습 중심으로 과정이 진행된다. 체재비 및 학비는 서울시가 지원한다.

11일 열린 환영식에서 유디는 “서울이 추진하고 있는 대중교통 정책을 중심으로 동료들과 같이 연구해 나가면 자카르타의 교통난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수 초청으로 서울 위상 높이기=이번 프로그램의 목적은 선진 도시로서의 서울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 서울시 박영섭 교육지원담당관은 “외국 공무원에게 무상교육 기회를 제공해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에서 나온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은 본격 수업에 앞서 8월 한 달 동안 한국어 집중 연수나 홈 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배운다. 수업은 전 과목이 영어로 진행되지만, 총 50학점 중 한국어·문화 관련 과목 9학점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서울시 남승희 교육기획관은 “우리 행정이 그동안 외국 사례를 배우는 데 익숙했지만 이젠 외국에 전파해 줄 만한 것이 생겼다는 의미”라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그들의 비판도 받아들여 시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프로그램의 성과가 좋을 경우 이를 연례화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내년 8월까지 교육을 받는다. 이후 자국으로 돌아간 뒤 6개월 내에 논문을 제출하고 학위를 받게 된다. 총소요경비는 약 10억원으로 이 가운데 약 3억원은 고려대가 수업비 감면 방식으로 부담한다. 서울시는 이 프로그램의 위탁 기관을 공모해 지난해 12월 고대를 선정했다. 각 도시에서 추천된 공무원들은 입국 전 고대 교수들의 전화 면접도 거쳤다.

고려대 서창록 국제대학원장은 “행정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강의실과 기숙사에서 우리 학생들과 함께 지냄으로써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서울시의 계획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국 공무원의 다양한 관심=타이베이 소방본부에서 일하는 지옌궈팡(簡國芳·45)은 불탄 숭례문의 복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는 “화재 예방이 실패한 뒤 이어지는 후속작업 또한 벤치마킹 대상”이라며 “한국은 위기대처 능력이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국보 1호가 사라진 아픔을 이겨낼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서울에 처음 왔을 때보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며 “비록 담당 업무는 아니지만 물가 관리를 위해 도시 정부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연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준비 업무를 담당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중국의 황수수(黃姝姝·27·여)는 “베이징보다 일찍 도시화를 이룬 서울의 노하우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며 “국가적 행사인 올림픽을 준비했던 경험을 교수·동료들과 나누면서 함께 공부하는 수업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인터넷 보급률은 단연 일등 관심사였다. 하이남 느구엔(38·베트남)은 “서울시의 행정 전산망 구축 과정을 배우기 위해 2001년부터 거의 매년 한국에 온다”고 밝혔다. 그는 또 “서울에 올 때마다 한강의 푸른빛이 뚜렷해진다”며 “하노이시의 홍강보다 3배나 넓은 한강의 수질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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