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권교체 용납 못해” 러 “이라크 침공 잊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냉전 이후 뜸했던 유엔 내 미국·러시아 간 격렬한 비방전이 그루지야 사태로 인해 오랜만에 재연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0일(현지시간) 나흘째 긴급회의를 열고 그루지야·러시아 간 분쟁 종식을 위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이견으로 분쟁 지역 내 무력사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 채택에는 실패했다. 이 자리에서 잘마이 칼릴자드 미국 대사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그루지야의 정권교체를 꾀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선을 넘은 행위”라고 격렬하게 공격했다. 그는 또 “유럽에서 군사력으로 각 나라 지도자를 전복시키던 시대는 갔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의 비탈리 추르킨 대사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먼저 양국 외교 수장 간의 통화를 공개하는 건 외교 관례에서 벗어난 무례라고 쏴붙였다. 또 “정권교체는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침공 시 썼던 용어”라며 “당시 러시아는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세르비아에서 한 일이 있는데 그 나라 대표가 테러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