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올림픽 글로벌(Worldwide) 후원업체인 롄샹(聯想·레노버)이다. 2005년 IBM의 컴퓨터사업을 인수한 롄샹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레노버(Lenovo)’ 브랜드를 같은 올림픽 스폰서 업체인 GE·코카콜라·삼성 등과 같은 반열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 곳곳에 ‘레노버’ 간판을 설치하는 한편 주요 경기장 주변에 ‘레노버 전시장’을 차려놓고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
소비 제품으로는 칭다오(靑島)맥주가 눈에 띈다. 올림픽 스폰서 기업인 칭다오맥주는 베이징 차오양(朝陽)공원에 ‘칭다오맥주 광장’을 두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경기장 주변 곳곳에선 ‘100년 브랜드 칭다오맥주’ 시음회를 열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세계적인 맥주 기업인 AB(안호이저부시)맥주의 투자를 끌어들이기도 했던 칭다오맥주는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맥주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중국은 그동안 주요 국유기업을 대형 기업으로 육성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만들기 위한 ‘국유기업 글로벌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국무원(정부)이 특별 관리하고 있는 150여 개 대형 국유기업이 이 프로젝트의 첨병이다. 리룽룽(李榮融)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 주임은 “2010년까지 150개 중앙 국유기업 중 30개 이상을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산업별로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무원 산하 국유기업 중 이미 25개 기업이 미국 포춘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국유자산관리위의 글로벌화 프로젝트는 올림픽 스폰서 기업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베이징올림픽위원회는 스폰서 기업의 50% 이상을 중국 기업으로 채웠다. 특히 차이나모바일· 중국은행· 중국석화·중국생명보험 등 이미 글로벌 500대 기업에 올라선 기업들이 주를 이뤘다. 이들을 스폰서 기업으로 선정함으로써 글로벌화를 앞당긴다는 전략인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열린 두 번의 올림픽이 해당 국가 기업의 글로벌화를 가져온 계기가 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64년 토교 올림픽은 소니와 도요타·마쓰시타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였다. 또 88년 서울 올림픽도 글로벌 기업 삼성·LG 등을 낳았다. 중국 역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자국 기업을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의욕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