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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공기업 개혁 ‘선택과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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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나라당 임태희(사진) 정책위의장이 10일 오후 한국노총 지도부와 만났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11일 당정 협의를 거친 뒤 발표할 예정인 ‘제1단계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미리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임 의장은 회동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선 당시 한국노총과 정책 공조를 하기로 한 데 따른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통합이 기능적인 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고 좀 더 토론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는 얘기도 했다”며 “내일 당정 협의 때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방안은 여권으로선 처음 내놓는 공공 부문 개혁 조치다. 이명박 정부 초기만 해도 당장 공공 부문 개혁에 나설 듯했다. 쇠고기 파문으로 주춤대나 싶더니 최근 다시 추진력이 실리고 있다. 그 사이 파괴력 있을 법한 기업부터 하나씩 개혁할 거냐, 또는 대상 기업을 한꺼번에 발표하고 추진할 거냐는 두 가지 방법론이 맞섰다. 정권의 지지율이 높을 때 개혁해야 한다는 논리와 집권 초기의 힘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돌했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앞의 입장을,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뒤의 논리를 각각 대표했다.

지금껏 임 의장의 신중론이 우세한 기류다. 그는 쇠고기 파문 와중에 “저쪽(청와대)에선 정권 초기에 (공기업 민영화를) 하지 않으면 못한다는 얘기인데 정권 초기에 일련의 개혁이 가능한 건 초기라서가 아니라 지지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공기업 개혁은 정권 초기에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곽 전 수석을 비판한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결국 곽 전 수석은 물러났고 ‘공기업 민영화’ 대신 ‘공기업 선진화’란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수도·가스·전기 부문의 민영화도 임 의장의 요구대로 재론치 않기로 했다.

임 의장은 근래에도 “민영화 효과가 확실한 회사부터 차례로 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곽 전 수석의 공기업 개혁 로드맵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드러난다. “영국의 대처 총리가 공공 부문 개혁에 성공한 건 공기업을 하나 확실히 개혁한 뒤 여론의 지지를 받아 다른 공기업의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적도 있다.

그의 주장에 계속 무게가 실릴까. 여권에선 “이 대통령이 공공 부문 개혁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 또 국민 여론의 추이가 어떨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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