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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재판, 증언 거부로 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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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안희정씨(左)와 최도술씨가 2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재판 4차 공개변론에 증인으로 참석해 재판 진행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일 열린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4차 재판이 파행 속에 진행됐다. 증인으로 나온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답변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신 안희정씨는 소추위원 측의 질문에 적극적인 반론을 폈다. 김영일.권성 재판관은 직접 나서 安씨를 상대로 신문을 벌이기도 했다.

◇대조적인 모습 보인 두 사람=崔씨는 증인 선서를 마친 뒤 소추위원 측의 신문에 "모든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재판 중인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미 검찰 등에서 충분히 진술을 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소추위원 측은 "崔씨와 관련된 재판이 아니므로 증언 거부는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휴정에 들어갔다. 10분 뒤 다시 시작된 변론에서 재판부는 "증인은 답변할 의무가 있다"고 증언을 유도했다. 그러나 그는 재차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崔씨는 소추위원 측의 잇따른 질문에 완강히 답변을 거부해 신문은 5분여 만에 끝났다.

대통령 변호인단은 "우리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제161조)은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증언을 거부했을 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어 崔씨 신문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반면 安씨는 세 시간여에 걸친 소추위원 측의 질문에 줄곧 당당하게 맞섰다. 소추위원 측은 安씨를 상대로 용인땅 위장 매입 의혹과 盧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경위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무려 150여개항에 달하는 질문 공세였다. "대선 잔금을 착복한 게 아니라면 대통령을 위해 쓰인 것 아니냐"는 논리로 安씨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安씨는 "대통령과 무리하게 연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쳤다.

그는 또 검찰 수사 기록에 대해 소추위원이 신문을 계속하자 "분명히 잘못은 했지만 검찰과 법원에서도 수없이 한 말을 계속하는 게 너무 힘들다. 수사기록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방식의 신문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따지기도 했다.

이어 재판관들의 신문이 이뤄졌다. 김영일 재판관은 "정무팀장이 대선 전 대통령 후보를 수시로 만나면서 돈 얘기를 안 했다고 하는데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물었다. 安씨는 "후보님은 돈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金재판관은 "그래도 어느 정도 돈 이야기는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권성 재판관은 대선 직전 安씨가 강금원 회장에게서 받은 돈의 성격을 캐물었다. 權재판관의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에 安씨가 "그렇다"고 시인했다. 權재판관은 "범죄 수익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崔씨 왜 증언 거부했나=崔씨는 "개인 변호사에게서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과는 협의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崔씨가 불필요한 답변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盧대통령의 '살림'을 맡아왔던 崔씨가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임명된 이후 기업체에서 돈을 받은 것에 대해 추궁당할 경우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安씨는 대통령이 불법 대선자금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는 게 이 사건 재판에 도움이 된다는 계산을 한 것 같다.

전진배.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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