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연필 한자루 생일 선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4월1일은 작은 아이의 여섯번째 생일이었다.나는 저녁에네 식구가 모여 축하해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케이크도 하나 준비해두었다.
그런데 큰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 다녀왔습니다』하더니내게 눈길을 주면서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한손에는 책가방을 들고 다른 한손은 뒤로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들고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다.
작은 아이도 눈치가 이상한 듯 『형아.그게 뭐야』하고 몹시 궁금해하면서 캐물었다.
큰 아이는 『아무것도 아니야』하면서 내게만 살짝 손에 든 물건을 보여주었다.연필 한 자루와 지우개 한 개였다.『엄마,승래몰래 숨겼다가 포장해 저녁에 아빠랑 같이 생일파티하면서 주려고그래』라고 귓엣말을 한다.
큰 아이는 이곳 인천에 있는 모 초등학교 2학년이다.마침 특별활동이 있는 날이라 수업 끝나고 통학버스 타기 전에 우유 사먹으라고 동전 5백원을 주어 보냈는데 쓰지 않고 동생 생일선물을 사가지고 온 것이다.
순간 나는 큰 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그래,우리 경래 이제 다 컸구나』라고 말하며 왈칵 눈물이 나왔다.
마냥 아이처럼 느껴졌던 큰 아이가 갑자기 든든한 기둥이 돼 서있는 느낌이었다.
선물을 받아든 작은 아이는 너무 좋아하며 『형아,고마워』『형아,말 잘 들을게』를 연거푸 되뇐다.만지고 또 만지는 모습이 귀엽기만하다.
경래야,승래야 지금 모습처럼 티없이 해맑게 자라주렴.
최수자 인천시연수구선화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