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도 오바마도 “나의 영웅은 배트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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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은 버락 오바마(민주·사진·右)·존 매케인(공화·左) 상원의원의 대중문화 취향은 어떨까.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8일 최신호에서 두 사람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소개했다.

오바마는 ‘영화의 영웅처럼 될 수 있다면 어떤 주인공이 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을 꼽았다. “수퍼맨처럼 너무 많은 힘을 가진 사람의 경우 정말로 영웅의 지위를 얻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는 일은 너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은 (영웅이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는 것처럼) 동요하기도 하고 난타도 당한다”고 설명했다.

매케인은 배트맨을 꼽았다. “배트맨은 때론 극복할 수 없는 역경을 이겨낸다. 그러면서도 그는 많은 사람에게 베푼 선행을 알리지 않는다”고 했다. 71세인 매케인은 가장 최근에 본 영화를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라고 소개하면서 “영화에서 나이 든 사람(the old guy)이 이긴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어린 두 딸과 함께 ‘슈렉 3’를 봤다며 “원작보다 못하다”고 평했다.

‘영화나 TV에 나온 대통령 중 누굴 좋아하느냐’는 물음에 매케인은 한국에서도 방영됐던 인기 드라마 ‘24’의 흑인 대통령 ‘데이비드 파머’라고 답했다. 흑인 배우 데니스 헤이스버트가 열연한 이 드라마에 대해 매케인은 “파머는 책임을 지고, 어려운 결정을 내리며, 국익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와 모든 미국인은 어떤 대통령에 대해서도 피부색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2000년 개봉된 영화 ‘컨텐더’의 대통령 잭슨 에번스를 좋아한다고 했다. 배우 제프 브리지스가 연기한 민주당 소속 에번스는 여성을 부통령으로 지명하고 공화당 보수파의 공격에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는 한 TV 방송사가 ‘남성 대통령과 여성 부통령에 대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어떻게 될 걸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모른다”고 답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부통령 후보 지명 여부에 대해 어떤 힌트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 이렇게 답변한 것이다.

고령인 매케인은 ‘케이블 TV는 잘 알겠지만 인터넷은 어떤가. 유튜브의 선거 패러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 개를 봤는데 어떤 건 너무 (공격적이므로) 고통스러워 볼 수 없다. 그러나 오바마를 위한 동영상 중 ‘그래, 우린 할 수 있어(Yes, We Can)’는 훌륭했다”고 대답했다.

매케인은 스웨덴 출신 팝그룹 아바, 로이 오빈슨, 린다 론스태트 등 옛 가수들을 좋아하지만 어셔(Usher) 같은 신세대 가수의 노래도 즐긴다고 말했다. 힙합 스타 제이 지의 팬으로 알려진 오바마는 “참모들은 내 취향이 너무 다양하다고 놀려댄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MP3 플레이어엔 프랭크 시내트라와 밥 딜런 등 옛 가수의 노래와 재즈 연주자 존 콜트레인 등의 음악이 들어 있다고 밝혔다.

매케인은 부인 신디와 TV 리모컨 쟁탈전을 벌이느냐는 질문에 “리모컨을 차지하기 위한 팔씨름에서 내가 이기지만 신디는 자기가 통제해야 한다고 종종 우긴다”고 답했다. 오바마는 “TV에서 운동경기를 중계할 땐 리모컨을 잡지만 집엔 주로 HGTV(Home and Garden Television·가정 살림에 정보를 주는 채널)가 켜져 있으며, 나는 조용히 그걸 견딘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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