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수맹’을 치료해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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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숫자에 약한 사람들을 위한 우아한 생존 매뉴얼
존 앨런 파울로스 지음, 김종수 옮김
동아시아, 284쪽, 1만2000원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일단 두 가지는 얻는다. ‘수맹’(數盲, Innumeracy)이라는 낯선 개념에 대한 이해와, 글쓴이가 던지는 도전적인 질문들로 인한 자아 성찰(?)이다. 수맹이란 숫자나 수리적 사고에 능숙하지 못해 기초적인 계산을 못 하고, 통계 확률그래프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특히 문과를 졸업했고, 회계사나 통계학자처럼 숫자를 가까이하는 이가 아니라면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되뇌이기 쉽다. “고등학교 이후 수학 쓸 일이 없어서….”

하지만 미 템플대 수학과 교수이자 유명 칼럼니스트인 글쓴이는 이런 이들을 차근차근 치료한다. 우선 수학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이들이 흥미로워할 질문부터 던진다. 결혼 적령기의 미혼남, 미혼녀는 도대체 언제 미스 X, 미스터 Y를 받아들이고 어쩌면 그보다 더 나을지 모를 다음 구혼자를 포기하는 게 나은가? 나와 생일이 같은 사람을 만날 확률이 적어도 50%는 되려면 몇 명을 모으면 되는가? B아이스크림 회사의 31가지 맛을 트리플 콘으로, 반복하지 않고 먹으려면 몇 번을 먹어야 하나?

사실 첫 번째 질문에 대한 정답은 이미 한국의 인터넷 등에서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본인이 만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 수의 37%를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구혼자가 4명쯤 될 것 같다면 2명을 보내고 그 다음 나타나는 이상형을 선택하고, 자신이 아주 매력적이어서 예상 구혼자 수가 25명쯤 되면 처음 9명을 거부하고 다음을 선택하는 게 최상의 전략이다. 답은 알고 있었더라도 도대체 왜 그런지 궁금했던 이들은 책 82쪽을 펼치면 된다. 나머지 질문에 대한 친절한 해설도 62쪽, 43쪽에 있다(능력 부족으로 여기서 설명 못함을 용서하시길. 참고로 답은 253명, 4495번이다).

단순히 숫자에 약한 사람뿐 아니라 퍼즐과 퀴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권한다. 실생활에 숨겨진 숫자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리적 사고가 필요한 학생이나 ‘산을 덤프트럭으로 퍼 날라 평지로 만들려면 얼마나 걸리나’ 같은 기상천외한 면접문제에 대비해야 하는 요즘 구직자에게도 도움이 될 듯하다. 원제 『Innumeracy』.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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