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존 테일러 스탠퍼드大 교수 한국 금융정책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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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응용경제학세미나」에 금년봄 연사로초빙된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와 본사 김정수 전문위원이 금융정책에 관해 대담했다.대담을 통해 테일러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에 따른 자본자유화 에 대비,안정기조의 금융정책과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또물가안정에 중앙은행의 독립이 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다음은 12일 오후 대담의 요약.
-물가안정과 중앙은행의 독립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될수록 물가안정을 이룰 가능성이 더커진다.그 이유는 우선 중앙은행이 독립돼 있으면 평소의 정치적상황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 중앙은행이 국가경제의더 장기적인 득실이라는 관점에서 금융정책을 펼 수 있다.예를 들어 선거 등이 있을 때 중앙은행이 독립돼 있지 않으면 정부 의향대로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 입장이 되고,이는 훗날의 인플레로 나타나게 된다.
또 건실한 국가재정을 위해서도 중앙은행의 독립이 필요하다.만일 중앙은행이 독립적이지 않으면 정부의 재정적자를 떠 안게 되고 결과적으로 팽창적인 금융정책 때문에 안정기조가 흐트러질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독립에 아무런 제약이 없으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전체 경제정책과 심하게 어긋날수도 있지 않은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중앙은행의 독립은 책임부과와 더불어추진돼야 한다.중앙은행에 부과한 책임이 너무 가벼운 나머지 정책적으로 큰 과오가 저질러진 역사적인 경험도 있다.1930년대에 불황이 닥쳤을 때 중앙은행이 긴축적인 통화정 책을 폄으로써불황이 공황으로 치닫게 된 것이 그 예다.』 -중앙은행에 어떻게 책임을 지운다는 말인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중앙은행이 수행해야 할 정책적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통화증가.물가상승률 등에 관한 목표치를 국회가 정하고 만일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중앙은행 총재가 책임지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금융정책을 운용하는 기준으로통화량(양적기준)과 이자율(가격기준)중 어느 것이 더 좋은가.
『금융시장의 여건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또 이를 정확히 측정할수만 있다면 통화증가율이 통화정책의 좋은 지표다.그러나 미국처럼 통화증가율이 시장사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때는 보조지표로 이자율을 사용해야 한다.물론 이때 이자율을 바꾸는 목적에 대해 대중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즉 물가상승이 걱정되면 이자율을 올려야 하고 불황이 걱정되면 이자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일반국민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OECD가입과 관련해 우려가 많다.OECD가입 때문에 자본의 유.출입이 자유화되면 충격이 클 것이라는 걱정이다.어떤 사람은 한국이 「제2의 멕시코」가 될 것이라고까지 하는데.
『자본자유화가 된다고 해서 멕시코와 같은 일이 한국에도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멕시코의 경우는 정책적 잘못이 컸다.높은 물가상승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환율을 고집하는 등 경제실상에 맞지 않는 정책을 폈다.그것이 결국은 페소위기 로까지 확대.악화된 것이다.
통화정책을 안정적으로 펴는 한 자본자유화의 충격은 크지 않을것이다.따라서 통화량 증가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 물가안정을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이자율이 원체 높아 막대한 자본유입이 예상된다.이러한 상황에서 통화증가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
『두가지 정책을 동시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자본유입에 따른 대외부문의 통화증발은 변동환율로 관리해야 한다.자본 유.출입이크면 환율변동이 커진다.이때 일정한 환율을 고집하면 국제수지불균형이 더 커진다.환율변동을 자유롭게 하면 국제 수지가 균형을이루게 되고 그만큼 자본 유.출입도 줄어든다.
국내적으로는 공개시장조작 등을 통해 통화를 흡수함으로써 통화량 증가를 일정수준에서 묶어야 한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한국처럼 저축률이 높아 투자재원을 국내에서 동원할 수 있는 나라에는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이 클 수없다는 점이다.』 -자본자유화에 따라 재정정책도 바뀌어야 한다는데.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특히 구조적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했던 미국의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註:재정적자가 이자율을 높이고 높은 이자율 때문에 자본유입이 발생해 미국환율이 높아지고 무역적자가 커졌던 것을 지칭함) -자본자유화로 한국경제가 개방경제로 변모하게 되면 「시장에 의존」하는 통화정책운용방식으로 바꾸어야 하지 않는가.
『자본자유화 자체가 금융정책의 간접적인 규제 즉 시장에 의존하는 정책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자금을 나누어 주던 시절에서 이제는 시장에서 정해지는 이자율의 움직임에 따라 자금이 나뉘어지는 시절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고 통화정책 수단이나 목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시장이자율의 움직임을 통해 안정기조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자율에 가장 영향이 크게 미치는 것이 통화량이기 때문이다.』 -자본자유화의 완급(緩急)에 대한 소견은.
『점진적인 자본자유화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자본자유화로 각 부문이 받게되는 영향은 다르다.각 부문이 새로운 경제여건에 적응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그러나 너무 점진적인 것도 문제는 있다.자유화 추진이 미처 완료되기도 전에 정치적인 압력이 발생해자유화 추진이 늦어지거나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장래에 대한 전망은.
『경기순환측면에서 미국의 경제사정은 매우 좋다.지난 5년동안경기확장을 계속해 왔다.앞으로도 한동안 경기후퇴는 없을 것이다.지금과 같이 2% 정도의 경제성장은 물가안정을 위해 적당한 수준이다.그러나 이제 미국은 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높이느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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