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 수영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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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워터큐브에서 벌어질 두 수영 강국, 미국과 호주의 자존심 대결이 팽팽하다.

미국과 호주는 세계 수영(경영)의 ‘양대 산맥’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수영에서 미국은 총 12개, 호주는 7개의 금메달을 가져갔다.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수영에서 늘 두 자릿수 금메달을 거둬들였던 미국은 이때 호주 수영에 턱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미국 수영은 마치 한국의 양궁처럼 국내 경쟁이 국제대회 이상으로 치열하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자국 대표 선발전에서 살아남는 게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 미국도 껄끄러워하는 강팀이 바로 호주다.

호주는 은퇴한 ‘수영 황제’ 이언 소프를 비롯해 여자 자유형 100m에서 올림픽 3연패(56 멜버른~64 도쿄)를 이뤄낸 돈 프레이저 등 전설적인 수영 스타를 배출했다. 호주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6~7개의 금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5일 베이징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는 호주 수영대표팀의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기에 모인 미국 취재진 분위기는 ‘과연 호주가 수영에서 미국이 딸 금메달을 몇 개나 가져가서 미국의 종합 1위 등극에 영향을 줄 것이냐’ 하는 걱정이었다.

미국 수영 최고의 스타는 이번 올림픽에서 8관왕에 도전하는 마이클 펠프스(23)다. 그는 훈련할 때도 각국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를 독차지하고 있다. 펠프스는 “준비한 대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베이징 올림픽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그런데 미국 수영대표팀에서는 펠프스 외에도 전원이 금메달 후보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가 발간한 미국 수영대표팀 안내 책자를 보면 가히 ‘수영의 드림팀’이라 할 만하다.

41세 ‘아줌마 선수’ 다라 토레스와 암을 이겨내고 올림픽에 나온 에릭 섄토(24)는 인간 승리의 드라마로 화제를 모았다. 개인혼영에서 펠프스를 넘어서겠다고 공언했던 라이언 로치트(24)와 ‘여자 펠프스’로 불리는 케이티 호프(19), 배영의 나탈리 쿨린(26)까지 금메달 후보가 넘쳐난다.

호주를 대표하는 스타는 자유형 1500m 올림픽 3연패를 노리고 있는 그랜트 해켓(28)이다. 여기에 여자 평영의 1인자 레이즐 존스(23)와 자유형·접영 등에서 다관왕을 노리고 있는 리비 트리켓(23)이 미국을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이나데일리가 발행하는 올림픽 소식지 올림피언은 5일 수영 특집을 냈다. 베이징 올림픽 수영의 양대 스타로는 두말할 것 없이 펠프스와 해켓이 꼽혔다. 펠프스와 해켓으로 대표되는 미국과 호주의 베이징 수영 대결에서 어느 쪽이 자존심을 세울까. 수영 경기는 개막식 다음날인 9일부터 펼쳐진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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