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대 총선 방송4社 투표자조사 오차 왜 커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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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신한국당,압승!1백75석(11일 오후6시 정각 KBS 개표방송 자막)」→「과반수 확보 실패한 여당,1백39석에 머물러(12일 아침 최종집계)」.
왜 이렇게 빗나갔을까.방송4사 투표자 조사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통계전문가 李재창(고려대)교수는 다음의 두 요인을 든다.
우선 전화조사 대상자의 거짓 응답.전화로 느닷없이 『어떤 후보를 뽑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 은 많지 않다.물론 야당 지지자는 더하다.공무원이나 조그마한 사업이라도 하는 사람일 경우 피해를 우려해 『모르겠다』며 적당히 넘어가거나 『여당』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여기서 응답자의감춰진 진의를 파악하는 조사원의 능력 이 필요하다.현재 우리나라에서 그럴 능력이 있는 경험있는 조사원은 불과 1천명 남짓.
그러나 25만3천명이 샘플로 채택된 이번 조사에선 최소한 3천5백명의 조사원이 필요했다.
결국 조사원 2천5백명 이상이 미숙한 아르바이트생으로 충원됐고 이들은 무응답자들을 대부분 여당표로 추정,신한국당이 30석이상 과잉평가되는데 주된 요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李교수는『어느 사회나 안정을 추구하는 속성상 무응답의 3%쯤은 여당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는 적어도 10%이상 여당으로 간주해버렸다』며『그러나 실제 이들 무응답자들은 야당,특히 자민련이나 무소속을 찍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또 역대 선거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볼 때 무 응답자중 상당수가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여당 예상표가 줄어든 것도 요인의 하나라는 것.
둘째는 투표자 조사의 내적 결함을 무시한 단정보도.투표일전 실시한 두차례 조사에서는 전선거구를 대상으로 3백~8백명씩 조사했으나 투표일당일 마지막 조사는 오후5시30분까지 마감해야 하는 한계 때문에 4시간동안 80개 선거구만 조사 한뒤 서둘러종합해야 했다.이 때문에 오차 한계가 높아져 후보 2명에서 3명까지 당락이 뒤바뀔 수 있는 경합.혼전지역이 75곳이나 생겼는데도 방송사들은 속보 욕심에 이들 지역의 불확실한 1위 후보들을 당선 예상자로 보도하는 잘못을 범했다는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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