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축구, 메달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 그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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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은 실력, 메달은 조직력으로

베이징 올림픽 야구는 총 8개 팀이 풀리그를 거친 뒤 4강 토너먼트로 메달 색깔을 결정한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한국의 메달 획득 전망에 대해 윤동균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50 대 50”이라고 내다봤다. 국제대회를 앞두고 나오는 피상적인 전망이 아닌 정확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냉정한 평가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은 참가에 의의를 둔 개최국 중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 팀 중 정확히 가운데 위치해 있다. 일본·쿠바·미국보다는 한 수 아래인 반면 대만·캐나다·네덜란드에는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의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일본·미국이 금·은·동메달을 나눠가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이 “어려운 상대를 이기는 것보다 대만·캐나다 등 잡을 수 있는 팀을 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올림픽 야구는 ‘단판 승부’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딱 1경기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전력보다 경기 당일 날씨나 선발 로테이션, 선수들의 컨디션 등이 승부의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한국 팀 전력에 플러스 알파로 작용하는 것은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이다. 고참들은 누구나 “후배들에게 선물(동메달 이상 입상하면 병역 면제)을 주기 위해 죽어라 뛸 것”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김 감독은 “어려울 때 뭉치는 힘은 다른 팀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상대가 전력상 낫다고 하더라도 팀워크가 바탕이 돼 있다면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런 면에서 유일한 해외파 이승엽(요미우리)의 합류는 팀 전력뿐 아니라 사기 진작에서 큰 보탬이 된다. 한국야구는 이승엽의 홈런 방망이가 폭발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동메달)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4강 진출)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일단 김 감독은 4강 진출을 1차 목표로 잡았다. “처음 3경기에서 최소한 2승을 거둔다면 승산이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4강의 커트라인은 4승. ‘실력’으로 4강에 오른 뒤 ‘조직력’으로 메달에 도전하겠다는 이야기다.


정회훈 기자

카메룬·이탈리아, 하나는 잡는다

축구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 올림픽에는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16개국이 출전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 1, 2위 2개국이 대결을 펼치는 8강부터는 토너먼트 단판 승부로 메달 색깔을 가린다.

객관적으로 보면 메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ESPN은 한국 축구의 예상 순위를 12위로 점쳤다. 한국과 같은 D조에 속한 이탈리아와 카메룬은 각각 4위와 6위로 평가했다. 온두라스만 15위로 한국보다 낮다. 홍명보 코치는 “일단 8강에만 진출하면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고 1차 목표를 8강으로 정했다. 그러나 8강 진출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박성화 감독은 “유럽과 아프리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직력을 다지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다면 넘지 못할 산도 아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과테말라·코트디부아르·호주와의 평가전에서 3연승을 거두며 베이징 올림픽을 대비한 전술을 가다듬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기성용·이청용·박주영 등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한국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목표 의식을 갖고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카메룬·이탈리아와의 1, 2차전에서 1승 1패 혹은 2무를 거둔 뒤 가장 만만한 상대인 온두라스와의 3차전에서 승부를 본다는 게 올림픽 대표팀의 8강 진출 시나리오다. 8강에 오를 경우 한국은 브라질·중국·뉴질랜드·벨기에 등이 포진한 C조를 상대한다. 조 1위 땐 C조 2위, 조 2위 땐 C조 1위와 만난다. C조 1위로는 브라질이 유력해 메달 획득을 위해서는 조별리그에서 1위로 올라가는 게 훨씬 유리하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남미의 양강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꼽을 수 있다. 2004년 금메달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리켈메(보카주니어스)·마스체라노(리버풀) 등 특급 선수들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동안 올림픽 금메달에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브라질도 이번에는 태도를 바꾸었다. 호나우지뉴·파투(이상 AC밀란) 등이 출전한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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