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차는 수입품이었다. 만든 사람은 영국인 조셉 핸섬이다. 이 핸섬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중국인들은 ‘헝성(亨生)’으로 음역했다. 당시 상하이에서 이 마차를 사서 굴리고 다닐 만한 중국인 재력가는 드물었다. 그야말로 웬만한 부자는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고가였던 까닭이다. 이 마차를 끌고 다니던 사람들에게는 마차 제조자 이름을 음역한 발음 앞에다 ‘크다’라는 뜻을 붙여 ‘대형(大亨)’이라고 쓴 이름이 따라 붙었다. 나중에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대도시에서 암흑가를 주름잡는 조직폭력배의 두목, 거대한 부를 축적해 지역 전체에서 막강한 힘을 행세하는 ‘큰 형님’을 뜻하는 말로 자리 잡은 단어다.
사실 중국어에서는 ‘형님’에 관한 단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일반 중국어에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내를 일컬을 때는 ‘다거(大哥)’라고 한다. 1970년대 한국의 젊은이들을 은막 앞에 불러 모았던 쿵후 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의 ‘당산대형(唐山大兄)’이라는 영화의 ‘대형’이라는 단어도 이와 같은 쓰임새다. 돈이 매우 많아 일정한 세력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의 경우는 대관(大款)이라고 부른다. 요즘도 이 말은 유행이다. 아가씨끼리 주고받는 말 중에 ‘돈 많은 남자 꼬시기’라는 말은 아예 ‘기댄다’라는 글자를 붙여 ‘방대관(傍大款)’이라고 적는다.
크고 힘 있는 형님에 대한 경외심은 내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갈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 문화에는 권위와 그에 걸맞은 힘을 지닌 존재를 두려워하거나 선망하는 심리가 있어 보인다. 약 400억 달러를 들여 치르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이 특히 그렇다. 올림픽의 모든 게 초대형이고 초호화판이다. 스스로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의지가 충분히 엿보이는 올림픽이다.
큰 형님을 어깨 너머로 흘끗 쳐다보기만 하던 중국이 이제 스스로 큰 형님의 자리에 오르려 함인가. 그 스케일에 담긴 ‘큰 형님 의식’이 퍽 눈길을 끈다.
유광종 국제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