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TV연설회 출연 김대중.박찬종 좋은 평가얻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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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4.11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실시한 TV연설회에선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와 신한국당 박찬종(朴燦鍾)수도권선대위원장이 가장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평가를 받을 것같다.두사람모두 「연설의 귀재」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새로운 형태의 연설을선보였기 때문이다.
9일밤 MBC-TV를 통해 방송된 朴위원장의 연설은 유능한 방송앵커의 현지생방송을 방불케 했다.그는 7일 덕수궁 중화전 앞에서 열린 녹화현장에 달랑 메모지 세장을 들고 나타났다.그러나 메모지는 시청자들에게 미리 준비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몇자 적어놓은 것일 뿐 사실은 완전히 즉석연설이었다.촬영 스태프진을 더욱 놀라게 한 건 朴위원장의 연설시간이었다.방송제한시간이 10분인데 즉석 연설을 하면서 정확히 9분50초에 끝낸 것이다.NG 역시 단 한번도 없었다.
촬영팀은 혀를 내둘렀다.『일류 탤런트도 저렇게는 못합니다.아무리 노련한 방송기자라도 쉽지 않은 일일텐데….』 촬영팀 관계자는 기가 질린 표정이었다.
10일 방송되는 국민회의 金총재의 TV연설도 완전히 허를 찌르는 내용이다.
金총재는 일반 가정집 안방에서 TV를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과 대화하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차를 한잔 마시면서 앞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물론 진짜 가정집은 아니고 제작사의 가설 스튜디오다.
『그동안 물가가 얼마나 올랐습니까.살기가 정말 힘드시죠』『세금도 너무 많아 봉급생활자들은 살기가 힘들기만 합니다』 연설내용을 보면 쉽게 알수 있듯 뭔가를 강력히 주장하는게 아니다.정치적 구호나 주장도 별로 없다.민생경제,서민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테마다.독설가로 알려진 金총재의 이같은 「변신(?)」은 이 시대의 유권자들에겐 투쟁적인 것 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접근하는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두사람은 『유권자들을 움직이려면 끊임없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같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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