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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은 실속, 中은 자존심 챙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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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의 한 중국인 전문상점에서 중국인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다툼, 신사참배-. 중국과 일본은 요즘 들어 사사건건 충돌이다. '복고'와 '우경화'를 내세워 국수(國粹)의 칼날을 벼리기는 두 나라가 매한가지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인 전용 상점까지 만들어 위안(元)화 쓸어담기에 여념이 없다. 반면 중국에선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다.

◇일본의 실속챙기기=전자상가가 밀집해 있는 도쿄의 아키하바라(秋葉原). 이곳엔 요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불황 탓이다. 그런데도 유독 '앗키 인터내셔널'만은 예외다. 이 가게의 특징은 '중국인 전문매장'이다. 매출의 80%는 중국인 차지다. 중국어를 사용하는 점원을 고용했고, 간판과 안내문에도 중국어를 병행했다.

"호주머니가 두둑한 중국인을 대상으로 특화한 전략이 적중했다." 지난 9일 점포 매장에서 만난 기우치 쓰요시(木內剛)부장의 자랑이다. "지난달부터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화장품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첫날 한 중국인 관광객이 'SKⅡ'란 화장품을 12만엔(약 130만원)어치나 사갔다. 이 바닥 생활이 20년 가까이 되지만 중국인의 구매력에 새삼 놀랐다."

기우치 부장은 싱글벙글한다. 지난 3일에는 하얼빈에서 온 중국인이 30만엔(약 330만원)짜리 안마의자를 별도의 배송료(4만5000엔)를 부담하고도 9대나 주문했다. 기우치 부장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지상 3층, 지하 1층의 전층에 걸쳐 상품 선반이 텅 빌 정도"라고 귀띔했다. 일본에 사는 중국인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도 확산하는 추세다. 오사카(大阪)에서는 이달 하순 '차이나몰 상해신천지'란 4층짜리 백화점이 들어선다. 중국인 고객만을 위한 백화점이다.

도쿄의 이케부쿠로(池袋)JR역 북측 출구를 나서면 '知音中國食品' '中國電腦'등 주변의 간판이 온통 중국어다. 약 2년 전부터 중국인을 상대로 한 점포들이 하나 둘 생겨나더니 최근 이곳 주변은 아예 '스몰 차이나타운'이 돼 버렸다.

지난 7일 일본 후쿠오카 지방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참배 계속'을 선언했다.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항의는 아랑곳 않는다. 노골적인 우경화다. 그러나 경제 논리는 별도다.

◇중국은 복고주의=중국의 몇몇 대학은 최근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나섰다. 네티즌들도 사이버공간에서 일본 상품 몰아내기 운동을 전개했다.

중국 내 반일.반외세 물결은 자연 복고주의로 이어졌다. 지난 4일 청명절의 산시(陝西)성 황링(黃陵)현. 3000여명의 국내외 인파가 몰렸다. 1992년에 착공한 황제(黃帝)릉 보수공사 준공식을 기념하는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황제는 중국 한족(漢族)이 직계조상으로 받드는 전설상의 제왕이다. 1만2000㎡ 넓이의 제당(祭堂)에는 한번에 5000명이 참석해 제사를 올릴 수 있다. 보수비용만 3억3000만위안(약 495억원)이 들어갔다. 비용보다 중요한 건 절차다. 지금까지 황제릉 제사는 민간단체가 주관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국가가 제주(祭主)다.

이날 제사에선 '찬란한 중화민족(煌煌中華)/스스로 일어나고 스스로 강해지리라(自立自强)/민족 부흥에(民族復興)/신과 사람이 함께 힘을 모으네(神人共襄)'란 내용의 제문(祭文)도 발표됐다.

황제릉뿐만 아니다. 중화민족의 다양성과 통일성을 상징하는 명(明)대 건축물 '역대 제왕묘(帝王廟)'가 지난 8일 복원됐다. 베이징(北京)시 당국이 2000년 이후 3억위안(450억원)을 들였다.

베이징.도쿄=유광종.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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