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기자, 한국언론 첫 '에어포스 원' 동승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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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에서 열릴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전환문제가 핵심의제로 정해져 한국군의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가 강도 높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사진출처=중앙포토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가 핵심의제가 될 것”이라며”한국군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안보평화에 기여할 능력이 충분하다. 미국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바란다”고 밝혔다.

와일더 보좌관은 이날 워싱턴을 떠나 서울로 향하는 부시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 포스 원(미 공군 1호기)’내에서 동승한 중앙일보 특파원 등 부시 대통령 수행 기자단과 브리핑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 사상 처음으로 미 대통령 전용기로 방한하는 길에 동승했다.

와일더 보좌관은 또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은 당혹스런 일로,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한국과 공동 공개 조사에 응할 것을 바라고 있다”며 이 문제도 회담에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양국 업자간에 협정이 잘 지켜지고 있어 큰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독도와 관련해 “미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주권 표기 변경 조치는 미국의 지난 56년간 일관된 입장을 흐릿하게 만들어 부시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바로 잡은 것”이라면서”미국은 어느 편도 들지 않으며 이 문제는 한국과 일본간 외교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상회담 일정은

“부시 대통령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 대통령과 21세기 한미 전략동맹에 대해 (지난 회담에 이어) 계속 논의할 것이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현안 및 동맹전환, 기지 이전 상황을 점검할 것이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회 비준을 얻기 위한 양국의 전략을 논의하고, 한국인들이 관심 있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도 논의할 것이다”

-21세기 전략동맹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전략동맹을 어떻게 정의하느냐가 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다.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군대의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 또 한국은 자유의 가치를 안다. 한국은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함으로써 역내(동북아)를 벗어난 지역에서 안보와 평화를 위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문제는 그걸 한국의 입장에서 앞으로 어떻게 제도화할 것이냐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한국군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민주화를 가능케 하는 주체(Enabler)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히, 우리는 한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한국인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기 원한다는 전제하에서.”

-한미 연합전력 변환과 기지 이전도 그런 맥락인가.

“물론이다. 우선은 (한미 전력은) 한반도 방어가 최우선 목표다. 그 다음, 한미전력이 변환 이후에도 한반도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음이 보장되면 한국군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미국을) 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두 정상이 회 담뒤 신동맹 선언을 계획하고 있나.

“당장 거기까진 얘기 않겠다. 일단은 두 정상이 이 이슈를 논의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은

“부시 대통령은 늘 북한 인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문제는 전형적인 북한 인권 문제다. 명확히 관광객이 사살된 정황은 당혹스럽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도 참여하는 공개 조사에 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건 중요한 이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을 놓고 어떤 논의가 이뤄지나

“회담의 또 다른 중요한 주제가 북한이다. 우선 6자 회담 진전 상황 및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하고, 비극적인 금강산 관광객 살해사건도 다룰 것이다.”

-그 밖의 일정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 이어 11시 45분쯤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이 열리는데 흥미로운 자리가 될 것이다. 이는 캠프데이비드에서 (미국이) 한 것의 한국판 답례가 될 것이다. 오찬 후 부시 대통령은 용산기지로 이동, 연설하는데 미군뿐 아니라 한국군도 초청될 것이다. 특히 이라크에 파견됐던 한국군 장병 일부도 포함될 것이다. 연설에서 대통령은 동맹의 중요성과 한국군 및 미군의 중요한 임무들을 언급할 것이다. 연설 뒤 부시 대통령은 2시 45분쯤 태국으로 향하게 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가 이슈가 되나?

“쇠고기는 회담 의제로는 지나간 것으로 생각한다. 한·미간 수출·입 업자간에 자발적인 상호협정이 맺어져, 아주 잘 작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쇠고기 가 이미 한국시장에서 팔리고 있으며 인기도 높다. 물론 최근 쇠고기 문제가 한·미간에 이슈가 되긴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안정돼 가고 있다.”

-북핵 검증 협상은 어떤 상황인가?

“우리는 북한과 긴밀히 접촉하면서 북한이 해야 할 바(검증수용)를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합의 지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북한이 검증협상을 거부해도 11일 테러지원국 리스트에서 해제할 것인가?

“며칠 전 얘기했지만 8월 11일은 해제가 가능한 기간이 시작되는 날일뿐 데드라인(마감일)은 아니다. 만일 북한이 우리 등 5개국의 검증 요구안(프로토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1일은 그냥 흘러갈 것이고,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이제 북한이 나와 검증안을 수용할 때다.”

-부시 대통령이 방한을 앞두고 독도 주권BGN 표기를 원상 복구했다.

“미국은 1952년부터 입장이 명확했다. 한데 BGN의 데이터베이스(주권 표기 변경)는 그런 입장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은 한국인들이 BGN의 주권표기 변경에 대해 질문을 해오자 아주 강력한 리더십을 표명했다(원상 복구시켰다는 뜻). 미국이 BGN의 데이터베이스를 원상 복구시킨 것은 우리가 독도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 중)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독도 문제는 한국과 일본간의 외교문제다. 오늘 주일 한국 대사가 도쿄로 귀임한다는 발표는 한·일관계가 치유돼 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 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관련해 미국은 한국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우리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현실적으로 설명을 해왔다. 우리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미국 재계 연합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미 의회가 비준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한국인들에게 말해왔다. 알다시피 콜롬비아와 파나마와의 FTA 비준도 답보상태 아닌가. 다만 부시 대통령은 앞으로도 열심히 FTA 성사에 노력할 것이고, 의회 역시 FTA가 미국에 부인할 수 없는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을 결국은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난주 한·미 경제관계 간담회에서 말했다. 한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래 최대의 협정이다. 성사되면 한미간에 적어도 25% 무역량이 증대할 것이라고 내가 아는 재계 그룹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큰 이익이 되는 거다. 의회도 비준해야 할 것이다”

-한국 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시위가 격화돼 왔다.

“한국의 시위는 민주주의가 성숙했다는 신호다. 우리는 한국민이 (쇠고기와 관련) 의사를 표시하기 원하는 데 어떤 이의도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푸딩(본질)이다. 이 경우 푸딩은 한국의 소비자들이다. 현재 한국의 소비자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값싸고 안전한 걸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미국산 쇠고기가 팔려나가는) 수퍼마켓 진열대도 봐야 한다.”

-미국 내에서 특히 자동차업계가 한·미 FTA에 강하게 반대하는데.

“내가 알기로 자동차 부문 한·미 FTA 협상은 사실 (미국에) 잘 됐다. 그러나 업계 내에선 이견이 있는 줄 안다. 하지만 한가지 업종만 보지 말라. 농업이나 축산, 그밖에 다른 제조업들에선 FTA가 우리에게 큰 이익을 준다. 무역 협상이란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 얻으려면 주기도 해야 한다.”

에어 포스 원 기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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