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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들리나요, 발자국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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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쉿, 발자국 소리 안 들려?” “인기척 소리가 난 것도 같고 자귀 소리가 난 것도 같아.”

대화 속의 두 사람은 소리에 관한 한 허풍쟁이임이 틀림없다. 흔적인 발자국에선 소리가 날 수 없고, 인기척 소리는 과장된 표현이기 때문이다. 짐승의 발자국인 자귀 역시 소리가 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발자국 소리’와 같이 발로 밟은 자리에 남은 모양이나 발을 한 번 떼어 놓는 걸음을 세는 단위를 이르는 말인 ‘발자국’을 ‘소리’와 어울려 쓰는 건 어색하다. 발이 바닥에 닿아 나는 소리를 표현하고자 할 때는 ‘발걸음 소리’ ‘발소리’라고 해야 한다. ‘자귀 소리’도 ‘짐승의 발소리’ 정도로 고쳐 주는 게 자연스럽다.

‘인기척 소리가 나다’ 또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인기척’은 사람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소리나 기색을 뜻한다. ‘인기척’이란 말 자체에 이미 ‘소리’란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인기척 소리’라는 중복된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 ‘인기척이 나다’로도 충분하다. “인기척 하나 안 들리는 게 으스스한걸” “방금 문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지 않았어?”처럼 사용하면 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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