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몰려온다” … ‘박세리 키즈’에 벌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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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지애(하이마트)가 4일 새벽 영국 런던 인근의 서닝데일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로 2위 청야니(대만)를 3타 차로 제치고 역전승을 거뒀다. 대회 최연소(20년3개월6일) 우승 기록도 세웠다.

지은희(22)와 후도 유리(일본)가 합계 14언더파로 공동 3위, 미야자토 아이(일본)가 13언더파 단독 5위에 올랐다.

AP통신은 이날 신지애의 우승 소식을 전하면서 ‘소렌스탐의 메이저대회 고별무대는 또 다른 젊은 아시아 선수의 데뷔 무대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AP의 분석대로 최근 미국 LPGA 투어는 젊은 아시아 선수들의 무대가 돼버렸다. 최근 세 차례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이들이 휩쓸었다. 지난 6월 LPGA 챔피언십에서 대만의 청야니가, 같은 달 US오픈에선 박인비(20)가 우승한 데 이어 이날은 신지애가 정상에 올랐다.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선 특히 아시아 선수들이 1~5위까지를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21승을 거둔 ‘지존’ 신지애가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신지애의 세계 무대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인 동시에 한국이 세계 골프의 중심에 설 날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신지애를 필두로 한 ‘박세리 키즈’는 질과 양에서 박세리·김미현·박지은 등 언니들을 뛰어넘는다. 20대 초반의 박세리 키즈는 올해 미국 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뒀다. 2006년 LPGA 무대에서 11승을 거뒀던 ‘코리안 시스터스’의 전성기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의 견제도 약해져 박세리 키즈의 진군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 최고의 수출상품이 ‘여자골프’란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선수들은 두려워하고, 미국 언론은 ‘황화론’을 얘기한다. 줄리 잉크스터(미국)는 “아시아 선수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은 “이런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날 테니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애는 경기 후 “마지막 홀에서 너무 떨렸고, 눈물이 날 뻔했다. 지금은 아무 생각도 안 난다. 한국에서 막판 역전우승을 많이 해서 별명이 ‘파이널스 퀸(Final's Queen)’인데 이번에도 뒤집기 우승에 성공해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신지애는 또 “일본에서 2년 더 플레이한 뒤 미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LPGA 멤버로 가입할 수 있게 됐고, 좀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내년에 미국 LPGA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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