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3만3866발 폭죽 쏴 ‘2008개 미소’ 수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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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바늘이 정확히 오후 8시30분을 가리키자 굉음이 일면서 불꽃이 하늘로 치솟는다. 이어 더없이 높은 하늘엔 올림픽을 상징하는 오륜 마크가 수놓아진다. 며칠 전부터 수차례 쏟아 부은 인공강우 덕분에 베이징의 밤하늘은 맑았고 불꽃은 더욱 선명했다. ‘와’ 하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의 탄성이 터지면서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다.

불꽃놀이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 이날 리허설에선 올림픽 주경기장, 융딩먼(永定門), 구러우(鼓樓), 천안문 광장 등 베이징의 주요 장소에서 순차적으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주목을 받았다.

이날 사용된 폭죽은 개막식에서 터질 폭죽 전체 양의 25%였다. 불꽃놀이 리허설을 위해 29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됐으며, 오후 5시부터 시내 곳곳에서 교통이 통제됐다. 7만여 명이 거리에 나와 불꽃놀이를 지켜봤다.

천안문 광장에서는 오륜 모양의 불꽃이 쏘아 올려진 지 약 1시간 반가량이 지난 10시5분부터 형형색색의 불꽃이 2분여 동안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두 시간여의 기다림 끝에 펼쳐진 2분간의 불꽃 쇼. 시민들이 토해낸 아쉬운 탄성은 개막식 불꽃놀이에 대한 기대나 다름없었다.

파리에서 온 관광객 에밀리(19·대학생)는 “리허설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그만큼 개막식 불꽃놀이가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베이징 시민 짜오웅은 “비가 올 것 같아 걱정했는데 날씨가 좋아 천만다행이다”며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불꽃놀이였다”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리허설에서는 개막식 불꽃놀이의 극히 일부만 보여준 것”이라며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는 화려하고 웅장한 쇼가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미리 보는 불꽃놀이=개막식 불꽃놀이는 최고·최대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심성에 맞춰 ‘지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두 3만3866발의 폭죽이 사용된다. 주경기장에서 1만1456발, 경기장 중심 지역에서 8428발, 공원과 도심지역에서 1만3982발을 쏘아 올린다. 제29회 올림픽을 상징하기 위해 29군데에서 쏜다. 불꽃놀이를 위해 투입되는 인원은 600여 명. 불꽃놀이 준비 기간만 2년에 달한다.

20분간 펼쳐질 불꽃놀이의 핵심은 신성(神聖), 신기(新奇), 창신(創新), 그리고 휘황찬란한 시각효과다. 불꽃의 모양은 이미 공개된 오륜 외에도 용과 모란이 포함돼 있다. 용과 모란은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과 꽃이다.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게양된 뒤 빨갛고 노란 모란 모양의 불꽃이 터지고, 특수효과를 이용해 용의 몸짓을 형상화한다. 올림픽기가 게양되면서 오륜 모양의 불꽃이 주경기장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2008년을 의미하는 2008개의 ‘미소 띤 얼굴’이 불꽃으로 형상화하면서 불꽃놀이는 절정으로 치달을 예정이다. 세계인의 다양한 웃는 모습을 불꽃으로 표현한다는 계획이다.

개막식 불꽃놀이와 특수 효과를 담당한 총책임자 차이궈창(蔡國强)은 “성화가 점화된 뒤 만리장성의 일부인 쥐융관(居庸關)과 주경기장 상공에 폭죽을 쏴 고대와 현대를 잇고, 시공을 초월하는 의미의 조형물을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단연 비다. 개막식 전 장시간의 비가 내릴 경우 불꽃놀이는 취소된다.

◇폭죽은 행운의 상징=화약을 발명한 나라답게 중국은 폭죽놀이가 독특한 문화로 일상화돼 있다. 중국인들은 폭죽이 악귀를 쫓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정월 초하루 첫닭이 울면 집 마당에서 폭죽을 터뜨렸는데 이런 전통은 지금도 계속된다.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되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를 포함한 중국 전역은 폭죽 소리로 뒤덮인다. 시내 곳곳의 도로변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택가 공터 등에서 폭죽이 터진다. 중국 정부는 1992년 안전 등의 이유로 도심 폭죽놀이를 금지했지만 결국은 중국인들의 전통을 막지 못해 15년 만인 지난해 규제를 풀고 말았다.

폭죽과 불꽃놀이는 설날뿐만 아니라 다른 명절·결혼·업소 개장 등 크고 작은 기념일에도 치러진다. 나쁜 기운을 내쫓고, 길(吉)한 기운을 받아들이는 폭죽을 축제로 승화한 불꽃놀이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중국으로 거듭나려는 중국인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 상하이에서 온 샘 주오(여행사 대표)는 “불꽃놀이는 행운과 새로운 시작을 뜻하는 중국의 전통 문화”라며 “전 세계 사람이 불꽃놀이를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 정현목 기자

◇환환(歡歡)=2008 베이징 올림픽 공식 마스코트인 푸와(福娃)의 셋째 캐릭터. 올림픽 성화를 본뜬 모양으로 불을 상징한다. 올림픽 오륜기의 빨강색에 해당한다. 환환은 스포츠 경기의 격정과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라는 올림픽 정신을 대표한다. 환환의 머리 장식은 둔황(敦煌) 벽화의 불꽃 형상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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