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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소도 명품시대 … “수입품 이길 우유 생산” 나선 고창 농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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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쾌적한 환경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돌보지요.”

2일 전북 고창군 고수면 ‘고향목장’. 목장주 김정대(40)씨는 “옥수수·보리·호맥 등으로 버무린 젖소용 비빔밥을 오전 4시에 나와 만들었다”며 “좋은 우유를 얻으려면 이 ‘아이들’에게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60여 마리의 젖소가 생활하는 2000㎡의 축사엔 클래식 음악 ‘사계’의 선율이 은은하게 흘렀다. 가운데 지붕이 양쪽으로 활짝 열린 높은 천장에서는 대형 선풍기가 시원한 바람을 쏟아내고 있었다. 축사 한쪽의 ‘우유 짜는 로봇’은 일꾼 2~3명 몫의 작업을 척척 해냈다. 사료통 달린 로봇 앞으로 홀스타인 젖소들이 한 마리씩 들고 나기를 반복했다.

이 로봇은 젖소가 들어와 자리를 잡으면 먼저 3분간 미지근한 물을 뿜어 유두를 세척했다. 이어 빨간 불빛의 적외선 센서가 곳곳을 탐색한 뒤 유두에 착유기를 부착했다. 젖소에서 흘러 나온 순백색의 우유는 파이프를 통해 곧바로 냉각기로 옮겨졌다. 로봇은 젖소가 빠져 나간 뒤 한 번 사용한 착유기를 뜨거운 물로 깨끗하게 소독했다.

고창군 낙농가들이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명품 젖소 키우기에 발벗고 나섰다. 고창군에서 유기농 우유를 생산하는 목장은 현재 14농가. 이들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내 최초로 유기농 우유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유기농 젖소는 축사의 복지 환경이나 먹거리 등에서 ‘귀빈’ 대접을 받으며 웰빙 라이프를 즐긴다. 그래야 번식력이 좋고 유량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화학비료·농약을 친 사료에는 입도 대지 않는다. 주변 밭에서 자란 옥수수·호맥 등 자연농산물만을 먹는다. 전담 수의사까지 둬 매월 1~2회씩 정기 검진도 받는다. 설사에 걸려도 항생제를 쓰지 않고 곧바로 격리된다.

젖소들은 푸른 초원이 딸린 운동장에 나가 하루 3~4시간씩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한다. 일부 농가는 2억~3억원씩 나가는 로봇도 들여놨다. 로봇은 우유 짜내기는 물론이고 유성분·체중을 자동으로 분석해 질병을 체크하는 수의사 역할도 한다. 김씨는 “우유를 하루 세 번씩 짜 주니 유량이 20~30% 늘고 유방염을 걱정할 필요도 없어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목축업을 시작해 현재 가족과 함께 160마리의 젖소를 키워 한 해 6억~7억원의 수입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고창 유기농 젖소 농가에서는 하루 17t씩 우유를 생산한다. 우유는 매일유업이 고창군 상하면에 건립한 치즈공장에서 저온살균 처리한 뒤 전국으로 배달한다. 원유의 신선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게 장점인 유기농 우유는 180mL 한 병에 1000~1100원으로 일반 우유(500~600원)보다 두 배를 받는다. 이강수 고창군수는 “미국에 이어 유럽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유제품이 봇물처럼 쏟아져 차별화된 제품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농민들이 고급 유기농 우유 제품을 생산해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글=장대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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