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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C의 보도 윤리를 개탄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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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7월 29일 방영된 MBC ‘생방송 오늘 아침’은 ‘PD 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이은 또 하나의 왜곡·조작 사례다. 이날 방송은 촛불시위 진압에 반대하며 부대 복귀를 거부한 이길준 의경을 보도하면서 인터뷰를 내보냈다. ‘전·의경사랑시민모임’의 회원이 “내 아들이 군 복무하기 위해 갔지, 정권의 허수아비가 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말한 대목이다. 하지만 원래 발언 취지는 시위대가 전경들을 ‘정권의 허수아비’라고 비난하는 데 대한 반박이었다. MBC는 이 대목만 잘라서 이 의경 옹호 발언인 것처럼 내보낸 것이다. 인터뷰 시점도 7월 4, 5일이니 이 의경 사건이 발생하기 20일 전이다. 게다가 인터뷰가 성사된 것도 “전·의경의 인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제작진이 설득한 데 따른 것이다. 촛불시위를 옹호하는 보도라면 전·의경 부모가 인터뷰에 응했겠는가.

문제는 MBC의 태도다. 해당 방송의 인터넷 ‘다시보기’를 삭제한 것은 잘못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공개적으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3일 ‘전·의경사랑시민모임’이 언론중재위에 제작진을 제소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왜곡·조작 보도의 피해자는 해당 부모만이 아니다. 전·의경의 부모까지 방송에 나서 촛불시위를 옹호한다는 잘못된 보도를 접한 시청자 모두가 피해자다. 시국의 중요한 현안들을 균형 있는 시각으로 보도·해설해 주는 공영방송을 접할 수 없는 국민 일반이 피해자다. MBC는 이제라도 반성하고 언론사로서 최소한의 보도 윤리를 지켜야 한다. 그 시작은 제작진을 징계하고 시청자와 국민에게 사과 방송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