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린 ‘홍 반장’이카루스 날개 꺾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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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17면

‘6공의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한 홍준표 검사. 그는 법정에서 그리스 신화를 인용해 박 전 의원을 ‘태양 가까이 날아올라 밀랍 날개가 녹아 추락한 이카루스’에 비유했다.

15년 뒤 그는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됐다. 쇠고기 사태로 움츠러든 청와대와 내각을 대신해 ‘모든 현안은 그를 통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신(新)실세로 우뚝 섰다. 해결사라는 의미의 ‘홍 반장’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카루스가 될지도 모르는 처지가 됐다. 당내에서는 그에 대해 “지나치게 말이 앞서고 독주하고 있다”는 불만을 조금씩 쏟아내고 있다. 심각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분노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타결 직전 무산됐던 18대 국회 원 구성 합의안을 보고받고 “홍 원내대표가 명분 없이 야당에 양보만 하고 있다”며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오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그가 뭘 잘못했나.

“쇠고기 문제를 둘러싸고 노무현 전 대통령 책임론이 커져가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이를 증언해 줄 한덕수·권오규·송민순씨 증인 채택을 여당이 스스로 포기했다. 시한이 지난 장관 인사청문회를 왜 약속해 주나. 권한을 제한하지 않고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면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얘긴가.”

그는 과거 야당 시절 특급 저격수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괴자금설’을 주장하며 공개한 100억원짜리 CD가 가짜로 판명되는 ‘실수’도 저질렀지만 남다른 감각으로 집권층의 아킬레스건을 콕콕 찔러댔다. 하지만 이번 일을 두고 ‘네거티브 정치인’의 한계를 보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172명의 국회의원을 추스르면서 50년 전통의 ‘프로 야당’을 상대하기엔 버거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홍 원내대표를 힘들게 하는 건 또 있다. 서울시의원 금품수수 의혹 제기로 시작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과의 감정싸움이다.

이번 주에도 그는 편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듯하다. 당장 4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그를 향한 동료 의원들의 가시 돋친 발언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6일께 장관 세 명의 임명을 강행할 태세다. 야당은 야당대로 반발할 것이다. 찐득한 8월의 습기에 젖은 그에게 시원한 바람은 언제 불어올 것인가.



▶이번주
●4일 ‘광우병 예방 및 대책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국회 공청회 ●4, 5, 7일 국회 가축전염병예방법 특위 전체회의 ●7일 ‘교육감 선거제도, 이대로 좋은가’ 국회 공청회 ●7일 국회 쇠고기특위, 청와대 비서실과 외교통상부 기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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