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를움직이는사람들>8.한화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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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승연(金昇淵)한화그룹회장이 사진작가 에드워드 김을 만난 것은 지난 21일.金회장의 새 홍보용 인물사진 촬영 때문이었다.
이날 만남은『회장의 이미지가 좀 딱딱하다』는 그룹 안팎의 여론에 따라 보다 부드럽고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 한 이미지 개선책의 하나였다.
金회장의 모습은 언제나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깔끔하다.더블재킷과 윗주머니의 행커치프는 이미 金회장의 마스코트처럼 됐다.
뒤로 빗어넘긴 헤어스타일도 마찬가지다.김종희(金鍾喜)회장이 작고한 81년,재계 최연소인 29세로 재벌총수에 취 임하면서 젊은 나이를 의식해 의도적으로 이런 모습을 취한 것이라는 분석이많다. 金회장이 스스로의 표현대로「권위적인 모습」을 갖게 된 원인은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우선 그룹의 모기업인 화약업종의 특성이다.위험한 작업환경 때문에 엄격한 관리와 절대적인 명령복종이 필요하다.또 재계 9위(95년)그룹의 젊은 총수로서나이가 훨씬 많은 임직원을 거느리고 일하다보니 강한 모습을 필요로 했다는 점도 있다.
사업확장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설득력을갖는다.실제로 82~83년 金회장은 경영진의 반대를 무릅쓰고 부실상태의 한양화학과 경인에너지의 외국인(유니온오일)지분을 인수해 그룹의 3대 주력기업중 하나로 키워내는 경 영수완을 보여줬다. 金회장의 경영방식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제3의 개혁」을 선언하고 나선 94년10월.동생 김호연(金昊淵)빙그레회장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었고,이후 8개월여동안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복귀하면서부터다.호연씨와의 일은 지난해 11월 모든 임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화해의 악수를 나누고,모친에게도 함께 가사과함으로써 지금은 일단 원만히 마무리한 상태다.
金회장은 95년3월 계열사를 업종에 따라 다섯개로 묶는 소그룹체제를 마련했다.정보화시대의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였다.회장의 카리스마를 줄이려는 노력도 병행됐다.직원들과 어울려 회사 근처 설렁탕집을 찾는 일이 잦아 졌다.
한화그룹의 최고경영진은 9명에 이르는 60대의 부회장과 사장에서 이사보급까지의 40~50대 대표이사로 뚜렷이 나뉜다.부회장으로는 그룹부회장 4명(2명은 소그룹장 겸임)과 5명의 소그룹장,계열사 소속 부회장 2명등 모두 9명이 있다.27개 계열사는 각사 대표이사가 지휘한다.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연말과 7월초 두차례 열리는 경영전략회의.회장이 주재하고 부회장단과 계열사 사장단이 모두 참석한다.연말회의는 그해 실적을 챙기고 다음해 계획을 확정짓기 위한것이며,7월회의는 반기실적 점검이 주목적이다.
평상시 업무는 성낙정(成樂正.69).박종석(朴鍾奭.60).남욱(南旭.64)3인의 그룹 부회장 중심으로 이뤄진다.이들 3인은 매달 한차례 다섯개 소그룹별 사장들로부터 보고받는다.실무적인 일은 소그룹 또는 계열사 차원의 자율경영이 원 칙이다.그러나 인사와 대형 프로젝트는 회장이 철저히 챙긴다.
***회장,인사는 꼼꼼히 챙겨 실무차원에서 그룹을 이끌어가는이들로는 5명의 소그룹장이 있다.화학에너지부문의 박원배(朴源培.58)부회장과 기계부문의 박용식(朴用植.59)부회장,금융부문의 박종석 부회장,유통레저부문의 남욱 부회장이 그들이다.화약무역통신부문은 지난 해 9월 이진우(李珍雨)부회장이 작고하는 바람에 박원배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다.
다섯개의 부문별 소그룹회의는 매달 한차례 둘째주에 열린다.이회의에는 成부회장도 참석한다.그룹 전체 사업분야를 점검하는 소그룹장회의도 매달 둘째주에 成부회장 주재로 열린다.소그룹장회의는 자율조정이 주목적.다른 회의와 달리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성낙정씨 그룹의 얼굴役 성낙정 총괄부회장은 창업공신들을제치고 그룹의 얼굴역을 맡고 있는 원로.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있을 때 회장을 대행해 그룹을 관리했으며 지금도 회장 부재시 대행 역할을 한다.부하직원에게 업무지시를 내릴 때도 양복단추를 꼭 채우 는등 몸가짐이 단정하다.회의 때 발언하는 것을좀체 보기 힘들 정도로 무척 말을 아낀다.한국전력.한국중공업 사장을 거쳐 한화그룹에는 87년 고문으로 영입됐다.한화에너지와한화종합화학 회장 직함도 갖고 있다.
박종석 부회장은 국민.상업은행장과 은행감독원장.증권감독원장을역임한 알아주는 금융통.증감원 고문으로 재직중이던 지난해 3월한화에 영입되며 기업인으로 변신했다.금융소그룹장을 겸하고 있으며 삼희투자금융 회장직도 갖고 있다.겸손한 성 격에 일처리가 원만하고 아랫사람들의 신망도 두텁다.요즘도 금융계열사 부장급들과 수시로 회의를 갖는 등 맡은 업무에 열정을 쏟고 있다.현재삼희투자금융의 종금사 전환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종석씨 탁월한 금융통 남욱 부회장은 유통레저부문 소그룹장과 한화국토개발 회장직을 겸하고 있다.농림수산부차관 출신.
한양유통 사장으로 재직 당시 회사가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원만하고 사교적이며 친화력이 좋다.부산 출신(경남상고-부산대)으 로 정계와 관계에 발이 넓고 특히 현정부 출범 이후 대외업무가 많아졌다.
오재덕(吳在德.63)부회장은 선대회장의 비서실장 출신.그룹 경영관리실장과 ㈜한화 사장등 요직을 두루 거쳐 그룹의 산증인으로 불린다.94년 부회장 승진 이후 계열사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룹의 주력 2개 소그룹을 책임지고 있는 박원배 부회장은 공채 출신(2기).회장의 오른팔격으로 신임이 두텁다.큰 키(1백83㎝)와 선굵은 외모와는 달리 다정다감하고 소탈한 성격이어서직원들이 스스럼없이 대한다.전형적인 덕장(德將) 타입.
박용식 부회장은 국내 베어링산업의 기초를 닦은 베어링 전문가.지난해 경쟁사인「삼미화그」를 인수해 한화기계를 베어링 분야 세계 10위권으로 올려놓아 최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베어링협회장직도 맡고 있다.
삼희투자금융 소속 허주욱(許柱 旭.61)부회장은 82년 삼희투금 창립을 주도한 공신.
***김용구사장 선두주자 사장급 가운데는 모기업인 ㈜한화의 김용구(金容九.52)사장이 선두주자.그룹 사장중 최연소다.골든벨상사 영업담당 전무에서 95년1월 ㈜한화 총괄대표(부사장)로발탁됐고 그해 12월에는 사장으로 선임되는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고 있 다.송재복(宋再復.55)기계 사장도 그룹의 새로운주역으로 주목받는 인물.회장의 뜻을 잘 읽는 것으로 소문났다.
지난해 인사때 발탁된 최웅진(崔雄鎭.46.한화포리마).최정길(崔正吉.48.한화소재).김일수(金逸洙.46.한화자동차부품).
장시영(張時榮.44.제일투자자문)등 4명의 이사보급 대표이사는한화그룹의 차세대 주자들.파격적 인사로 화제가 됐었다.金회장의「발탁」경영수업이 시작된 셈이다.
***노경섭씨 역할도 주목 소그룹체제 도입 이후 종합조정기능이 강화되면서 노경섭(盧敬燮.56)비서실장(부사장)의 역할도 주목된다.계열사를 두루 거쳤으며 그룹 인사팀장과 경영기획실장에이어 94년부터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80년대 사세를 크게 키워온 한화그룹에는 외부영입인사가 많다.그러다보니 인적자원이 우수한 편이다.재계에서도 건실한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올해로 취임 15년,40대 중반에 접어든 金회장이 나름대로 다듬어놓은 경영철학에 대한 안팎의 관심도 커가고 있다.

<다음은 롯데그룹편> 유규하.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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