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프로 색깔로 주제 부각-KBS"일요스페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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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차가운 실사화면만을 보여주던 다큐멘터리 프로에도 색채감각이 도입된다.
KBS가 올하반기『일요스페셜』등을 통해 방송할 4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이 색깔로 주제를 부각시키는프로다.1편「노화」는 잿빛,2편「죽음」은 검은빛,3편「장수」는황금빛등 주제에 맞는 색채를 택해 자막.슈퍼( 타이틀).배경화면등에 표현한다.
「인간은 왜 늙는가」를 화두로 내건 「노화」편은 황혼녘 어스름이나 노인의 주름살 등에서 연상되는 잿빛을 프로 곳곳에 삽입한다. 또 폐암에 걸린 30대 여인의 임종과정을 2개월간 8㎜카메라로 찍은뒤 압축해 보여주는 「죽음」편은 자막을 검은색으로하고 암전(화면 전체를 검게 하는 것)기법을 동원해 암흑의 이미지를 발산한다.
『2백세까지 인간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노화방지센터와 2백여명이 냉동고에 들어가 21세기에 재탄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애리조나 냉동고재단이 소개되는 3편 「장수」에서는 한국인이 행운의 색으로 여기고 있는 대표 적 색깔인 황금색을 배경화면에 누빈다.지금까지 다큐멘터리는 실사 그대로를영상으로 전할 뿐 색채를 가미하는 등의 「연출」은 금기로 여겨왔다.시청자에게 불필요한 주관적인 이미지를 안겨줌으로써 사실에대한 이해를 그르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시청자들의 지적수준이 크게 높아진 요즘은다큐멘터리도 단순히 사실만 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색채등 이미지까지 복합해야 관심을 끌 수 있다』며 다큐멘터리의 「표현주의」를 역설한다.전체적으론 다큐멘터리의 기본인 객 관성을 고수하되 표현기법에 있어선 통일된 색채연출을 통해 주제를 좀더 강렬하게 호소한다는 것이다.
이런 표현주의는 「무엇 무엇이 좋으니 사라」는 직접적 문구대신 분위기.소도구.색채 등을 통한 간접전달이 보편화된 CF에 이미 시청자들이 익숙해 있고 즐기기까지 한다는 사실에서 착안한것이다. 색채감각은 드라마의 주제부각에도 도입된다.다음달 KBS-2TV가 『프로젝트』후속으로 내보낼 16부작 옴니버스 미니시리즈『칼라』는 「사랑」」「추억」「집착」등 서브드라마의 주제를흰색.회색.붉은색등 각각 다른 색채를 통해 표현한다.
작가인 애인에게 편집광적 사랑을 퍼붓다 파멸하는 젊은 여인의이야기는 「레드」란 제목아래 붉은색 세트.조명으로,고독한 사진작가 청년과 유부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는 고독을 상징하는 「블루」로 처리된다.
색채주의를 표방한 두 프로의 방송은 PD만큼 권한이 막강한 미술감독이 색채를 엄격히 관리하는 외국TV나 CF에 비해 크게뒤져있는 국내TV의 색채감각을 한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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