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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빈소 찾은 『당신들의 천국』 실제모델 소록도 조창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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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31일 오후 5시30분 삼성서울병원에 차려진 이청준 작가의 빈소.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느린 걸음으로 들어왔다. 이청준 작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에서 한센병 환자를 위해 헌신을 다했던 소록도병원장 조백헌의 실제 모델인 조창원(82·사진)씨였다.

“3개월 전 병문안을 왔었어요. 그때 고인이 ‘나 5개월밖에 못 산대요. 남은 기간 동안 뭐 할까’라면서 허허 웃더라고요. ‘에이, 이 사람아. 농담 마라’라며 같이 웃었죠.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청준 작가는 1971년 소록도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며 조씨를 찾아왔었다. 조씨는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참 선비 같은 사람이었죠. 젊은 사람이 버림받은 섬을, 소록도라는 비탄의 섬을,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죠.”

그렇게 탄생한 『당신들의 천국』은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이 됐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어요. 고인이 소설 쓰랴, 영화 하랴, 너무 바빠 자주 만나진 못했지만 가끔 전화통화를 하면 얼마나 구수한지 몰라요.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국악을 참 좋아했는데….”

조씨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3년 전쯤 ‘아! 소록도’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 밀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 적이 있어요. 그때 소주를 주거니 받거니 했는데, 고인이 그랬어요. ‘당신을 주인공 삼아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고. 제 대답도 똑같았죠. ‘그런 이야기를 써줘서 내가 더욱 감사해요’라고. 그게 엊그제 같은데….”

이날 고인의 빈소에는 각계 인사가 찾아왔다. 소설가 박완서·김승옥·김원일·김주영·최일남·성석제·김형경씨, 시인 정현종·황동규·이근배·김혜순씨, 문학평론가 김윤식·김병익·김치수·정과리·우찬제씨, 이어령 중앙일보 고문, 박맹호 민음사 회장, 유인촌 문화부 장관 등이 고인에게 애도를 표했다. 이명박 대통령, 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건희 전 삼성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은 조화를 보내왔다.  

이현택·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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