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독도, 일희일비하면 상대가 웃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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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4박5일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30일 첫 일정으로 청운동 국립 서울농학교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를 했다. 이 대통령이 투표장을 나서며 비서관에게서 투표율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오종택 기자]

 여름휴가를 마치고 30일 청와대로 복귀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문제를 언급했다. 휴가지에서 귀경한 이 대통령은 청운동 국립서울농학교에서 서울시 교육감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났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우리가 유리하다”며 “결과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한국 영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의 전략이 장기적이지 못해 좀 소홀했지만, 우리 땅을 우리가 주장하는데 당연히 우리가 유리한 것”이라며 “너무 일희일비하고 어떻게 한다고 해서 우리 땅을 뺏기는 게 아니지 않으냐”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설득하면 얼마든지 유리할 수 있다”며 “일본은 근거 없이 주장하는 것이고, 우리는 근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도 문제는 너무 정치적으로 다루기보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장기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태식 주미대사를 비롯한 외교안보라인 교체론에 부정적임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일희일비해 조금만 잘못하면 너무 자책하고, 우리끼리 이렇게 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웃지 않겠느냐”고 했다. 기자들에게 “우리 기자들도 잘못하면 그때그때 인책하나. 더 급한 게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당장의 문책보다 실효적인 대응 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상황을 봤을 때 문책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야당뿐 아니라 한나라당에서도 문책론이 들끓고 있어 논란은 더 커질 것 같다.

◇“한·미 정상회담 공식의제 아니다”=이 대통령은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청와대는 독도 문제를 푸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당장 다음 주 한·미 정상회담이 발등의 불이다. 청와대 측은 8월 5∼6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 기간 중 이 문제가 확대되는 걸 피하고 싶은 눈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까지 납득할 만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가 거론될 수 있다”며 “하지만 공식적인 발표문에 들어간다거나 공식 의제에 포함된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거론은 될 수 있지만 공식 의제는 아니다’는 건 외교적·국내 정치적 민감성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독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선 쇠고기 파동이 재연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이 한국의 손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에서 독도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간 오히려 한·미관계까지 손상될 수 있다. 그래서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 대통령이 독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되 부시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원론적인 답변을 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도 이날 “독도 영유권 명기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로 올리는 데 신중을 기할 것을 정부 측에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글=서승욱·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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