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리 리트너 연주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리트너는 정확하다.하지만 그것보다 막힘이없다는 점이 더 눈에 띈다.
웨스 몽고메리풍의 정통 스타일에서 펑키하고 공격적인 퓨전 스타일,얼 클루를 떠올리게 하는 어쿠스틱한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그는 청산유수로 프레이즈를 만들어낸다.역설적으로 그의 이러한 「달관의 경지」는 또다른 특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리트너의 또다른 특징은 역설적으로 특징이 없다는 점이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었던 공연 역시 그러한 역설을 잘 보여주었다.
그는 서울 공연에서 기타를 계속 바꾸어 메가며 자신의 기타편력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선보였다.
특히 솔리드 바디에 나일론 줄을 낀 전자기타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얼 클루도 즐겨 메는 그 기타는 어쿠스틱한 분위기와환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받쳐 주었다.
그는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 놓았던 화려하고 펑키한 퓨전분위기는 조금 자제하고 정통재즈의 측면과 어쿠스틱한 측면을 더 많이보여주었다.그것은 앨범 『웨스바운드』 전후로 나타나기 시작한 최근의 경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어떤 경우에라도 리듬 파트에서 펑키한 리듬감을 삭제하지 않는다.명상적인 분위기로 나가더라도 리듬은 언제나 열정적이다.리듬 섹션에서 특히 눈에 띄는 사람은 여성 드러머 힐러리 존스였다.그는 발군의 힘과 정확성을 보유하고 있었다.하지만 리듬을 타는 그루브는 조금 부족했다.그것이 때때로 그루브가좋은 베이스와 불균형을 이루기도 했다.
비가 뿌리는 일요일 오후였지만 거리는 한적했다.편안한 날이었고 그에 걸맞게 편안한 공연이었다.미국 뮤지션들은 기질적으로 엔터테이너들이다.그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줄 안다.청중들도 진한 감동과 슬픔같은 것을 원하지는 않는듯 같이 즐겨주었다.
성기완(음악평론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