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회의에 ‘비핵화 9·19 성명’ 반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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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4 정상선언의 국제 이슈화에 나서며 새 정부 들어서 시작된 남북 간의 경색 구도가 국제 외교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이어 이란 테헤란에서 열리고 있는 비동맹운동(NAM) 장관급회의에서도 북한이 ‘10·4 선언 이행 지지’를 합의문에 담으려 시도하면서 그간 ‘대화 중단’ 차원에 머물렀던 남북 관계가 ‘국제 공조’ 경쟁에 돌입하는 국면이다. 10·4 선언은 지난해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진 남북 정상회담 선언이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북한이 비동맹 회의에서도 10·4 선언 문구를 합의문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지에 파견된 오준 외교통상부 다자외교조약실장 등이 관련국들에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 입장은 10·4 선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그간 남북이 합의했던 7·4 남북 공동성명, 남북 기본합의서, 6·15 정상선언, 9·19 공동성명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정희 정부 때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진 남북 기본합의서, 김대중 정부 때의 남북 정상회담 결과인 6·15 정상선언, 2005년 4차 6자회담의 비핵화 합의인 9·19 공동성명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지에서 10·4 선언만 아니라 기존 남북 합의에 대한 존중도 한반도 조항에 포함되도록 관련국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는 지난 2006년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결과물에 ‘6·15 정상선언 지지’와 ‘9·19 공동성명 지지’가 동시에 담겼던 전례에 따라 이번에도 비핵화 환영 대목이 포함되도록 설득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국제기구만 아니라 양자 접촉에서도 10·4 선언 이슈화를 본격화했다. 비동맹 회의 참석에 앞서 베트남을 찾은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26일 농득마인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나 “6·15 정상선언과 10·4 선언의 정신에 따른 조선 인민의 투쟁을 베트남은 적극 지지한다”는 언급을 이끌어냈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10·4 선언을 둘러싼 남북 외교전은 오는 9월 시작되는 유엔 총회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해 유엔 총회는 ‘10·4 선언의 환영·지지’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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