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의전쟁게임>2.중국 흔들기와 李登輝 다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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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만의 리덩후이(李登輝)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중국으로부터 대만의 독자적 입지를 확보할 묘안은 무엇일까.』 대만 총통선거를 전후로 한 중국.대만의 양안(兩岸) 대립은 바로 이와 같은 묘수짜내기의 대결이다.
李총통의 재선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은 동시에 「하나의 중국」 원칙아래 대만을 길들이는 것을 최대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하나의 중국 ▶「1국2체제」의 평화적 통일 원칙을 고수하되 「당근과 채찍」을 모두 동원해 강온(强穩)양면책을 섞어 쓴다는 전략이다.
대만에 제시될 온건책은 간단하다.
李총통이 「하나의 중국,하나의 대만」정책을 추구하지 않는 한앞으로 무력 위협을 자제하고 양안(兩岸)간 교류.협력증진에 적극 나선다는 점을 대만 당국에 확인시키는 것이다.
곧 대만이 그동안 추진했던 수교국 확대 또는 국제기구 가입 추진 등을 포기할 경우 ▶경제.무역 분야의 실질적 교류.협력 확대 ▶양안간 최고 지도자의 상호 방문및 정상회담 개최 ▶고위당국자 교류 등을 통해 李총통의 업적을 쌓아주겠 다는 이야기다. 반면 李총통이 말을 안 들을 때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응징하겠다는 메시지를 중국은 이미 전달했다.지난 8일부터 잇따라 벌어진 세차례의 군사훈련과 대만해협 근처의 병력증강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대만이 李총통의 미국 재(再)방문과 대만에 대한 미국의군사개입 입법화 등을 추진하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고있다. 그러나 대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일단은 뒤틀릴 대로 뒤틀린 중국 지도부의 심기를 달래자는 작전이다. 李총통은 최근 『우리는 대만 독립을 말한 적이 없다』거나 『총통 당선후 미국방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후 정국이 안정되면 중국이 제의한 3통(통신.통항.통상)을 적정선에서 수용할 방침임도 흘렸고 중국에 대한 대규모 구매 사절단 파견,진사(陳謝)성격의 비공식 특사 파견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단 대륙과의 관계가 진정되면 경제 규모에 걸맞게 국제적 지위와 방위 능력을 높이려 할 것임에 틀림 없다.
李총통 진영이 유엔 재가입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대목에서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읽어 낼 수 있다. 대만은 또 양안간 대립 사태가 빚어질 경우 미국을 직접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대륙의 무력 위협을 최소화시킬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 행정부와 의회에선 친 대만 동정 여론과 반 중국 비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앞으로중국내 인권문제 제기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동아시아내 일본의역할증대 등을 통해 미국의 「중국 흔들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대만과 미국을 철저히 분리시키려는 중국,어떻게 하든 미국을 끌어들이려는 대만,대만 카드를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이들 3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한 대만해협의 불안정과 신경전,파워게임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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